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Dec 31. 2021

끝은 또 다른 시작. 끝이란 없다.

끝을 바라는 그 마음을 줄여야겠다.

끝을 보려 했던 나를 반성한다.

나는 무언가 끝을 보려 했던 적이 많다. 그러나 돌이켜 보건대, 정작 끝이란 없었음을 깨닫는다.


'끝'을 바라는 마음은 휴식을 위함이다.

동시에 모든 근심과 걱정을 훌훌 털어버리려는 몸가짐이자 마음가짐이다. 그러나 살아 숨 쉬는 한, 우리네에게서 근심과 걱정은 훌훌 털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털어버리려 할수록 그것들은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그 속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오늘도 나는 무언가에 끝을 내고 많은 것들을 털어버리려 한다. 어리석은 사람아. 지금 근심과 걱정이 정전기에 이끌려 달라붙는 먼지처럼 덕지덕지 붙는 게 보이지 않느냔 말이다.


고 3 때 대학교만 가면 끝날 줄 알았고, 대학생 땐 취업만 하면 끝인 줄 알았다.

어른이 되면, 결혼만 하면, 집만 사면, 승진만 하면... 내가 바란 모든 끝은 그저 끝이 아니었다. 죽음 이후에도 그것이 끝이 아니지 않을까...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다.


삶은 왜 이리 얄궂은지 모르겠다.

누가 설계했으며, 그 누구의 로직이며, 그 어떤 이의 횡포일까.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그렇게 '끝'은 언제나 늘 새로운 '시작'이라는 걸 알게 된다.

시작이란 말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러나 동시에 끝보다 더 큰 에너지와 불안을 안겨다 준다. 자발적 '시작'과 동의되지 않은 '시작'의 차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네 삶엔 전자보다 후자가 더 득세한다. 무언가에 밀려 시작하는 존재에게 마음의 여유란 있을 수 없다. 더불어, 끝 이후에 기대한 달콤한 휴식 따위는 없는 것이다. 언제나 시작이라면, 당최 끝이 없다면 우리는 언제 쉬고 언제 마음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는 것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삶에 대한 푸념은 말 그대로 끝이 없다.

생각해보니 우리 심장은 살아있는 한 뛰지 않은 적이 없고, 우리는 한시라도 숨을 쉬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다. 팔딱팔딱 싱싱한 생명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멈추지 않아야 생존할 수 있는 그 메커니즘은 잠시라도 우리에게 쉼을 주지 않는다.


푸념을 늘어나 봤자 나는 어차피 지금처럼 계속해서 숨을 쉬게 될 것이다.

끝을 바라는 그 마음을 줄여야겠다. 어차피 끝은 또 다른 시작이며, 모든 것엔 끝이 없음을 인정해야겠다. 이것이 내가 선택한 내 삶의 생존법이며, 내 아무런 바람과 논리가 통하지 않는 삶에 대한 투정이자 나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 어느 날.

혹여라도 우리네 삶을 이리 설계한 절대자를 만난다면 나는 분명코 캐물으려 한다.


그의 의도를.

삶의 의미를.

끝의 속성을.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내 것이 아닌 걸 바랄 때, 삶은 허름해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