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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10. 2022

쓰면서 생각하기

너무 큰 생각은 글쓰기를 머뭇거리게 한다.

글은 많은 생각과 감정을 담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다. 글자의 탄생 자체가 표현을 위한 것이니까 말이다. 고대 사람들은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벽에 그림을 그렸다. 어떻게든 자신이 본 것을 남기려 했던 그 본성은 그렇게 집단 무의식과 인류의 발전을 통해 글자와 수많은 표현 법으로 발전해왔다.


그러자 재밌는 현상이 발생했다.

생각과 감정이 문자를 만들어 냈는데, 그 문자는 또 다른 생각과 감정을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사람이 책을 만들었으나, 책이 사람을 만드는 그 이치와도 같다. 이 순환은 마치 산 위에서 굴린 작은 눈덩이가 계속해서 커지는 것처럼 인류의 문화를 빠르고도 거대하게 발전시켰다.


그러나 부작용 또한 생겨났다.

바로 '지식의 함정'이다. 내가 알면 남도 안다는 생각, 내가 모르면 남도 모른다는 생각. 더불어, 세상엔 너무나도 많은 생각들이 생겨났다. 이렇게 생겨난 들이 오히려 새로운 생각을 가로막기도 한다. 지식이 없으면 사회에서 도태되기도 하고, 내 지식과 네 지식을 겨루어 쓸모없는 경쟁을 유발하는 경우도 많다. '지식의 함정'을 넘어 우리는 '지식의 저주'에 걸려든 것일지도 모른다.


글쓰기를 예로 들어보면 더 쉽다.

글쓰기를 시작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지식'과 관련된 압박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무언가를 많이 알고 있어야,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웠어야 마침내 쓸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나도 많은 지식으로 인한 머뭇거림이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프로그램이 많이 보인다.

현대 사회의 염증을 느낀 사람들에게 그것은 큰 대리만족과 위안을 준다. 삶이 복잡하고 버거울 때, 그래서 우리는 자연으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생각이 너무나 많은 시대, 원치 않는 감정을 버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식이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다는 오염된 생각은 씻어낼 때가 되었다. 고대인들로 회귀한다는 마음이면 더 좋다. 내가 보고, 느끼고 그리고 생각한 것을 내 마음의 벽화에 그림을 그린다 생각하고 하나하나 써 내려가면 된다. 고대인들의 그림은 구도도, 색채도, 원근법도 없는 유아적인 그림 같지만 그것이 곧 인류 역사의 태동이었고 지금의 장대한 역사를 만들어낸 원동력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쓰면서 생각하기'다.

지식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서론, 본론, 결론을 다 매듭지어 써 내려가려는 글이 아니라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나는 대로, 느끼는 대로 쓰는 것. 내가 글자를 만들어 내면, 글자는 나에게 또 다른 영감을 준다. 내가 나를 쏟아내면, 글쓰기는 알아서 나를 응원하고 내 안의 것들을 더 내어 놓을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한다.


그 어떤 주제, 그 어떤 소재라도 좋다.

제목을 던지고, 글을 쓰고. 쓰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쓰고. 그 모든 과정이 결국 내 마음을 헤집으며 나를 관통하는 글쓰기 그 자체라는 걸 차근차근 알게 될 것이다.


너무 큰 생각은 글쓰기를 머뭇거리게 한다.

쓰면서 생각한다면, 나도 모르는 선물을 받게 될 것이다.


오늘도 나는 글을 쓰며, 예상치 못한 선물을 많이도 받았다.

글쓰기의 치명적인 매력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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