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Jan 22. 2022

삶은 되돌릴 수 없지만 퇴고는 많은 것을 되돌려 놓는다

실수와 불안을 줄이기보단 그것들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키우기로 한다.

인류의 타임머신에 대한 미련은 그것을 넘어 집착과도 같다.

무수한 소설과 영화 그리고 매체에는 끊임없이 타임머신이나 타임슬립에 관한 이야기가 화수분과 같이 흘러나온다.


그 이유가 뭘까?

모든 콘텐츠에는 우리네 욕구와 욕망이 숨겨져 있다. 욕구와 욕망을 터치하지 않는 콘텐츠는 이 세상에 없다.

그 누군가의 바람과 희망을 다루어야 그것이 곧 가치가 되고 돈이 되기 때문이다. 너와 나의 '바람'과 '희망'은 바로 시간을 돌리는 것이다. 시간을 돌려 과거나 미래로 가기 위해서다. 과거로는 자신의 과오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서려 있고, 미래로는 지금의 내가 무엇이 될지를 알고 싶은 미치도록 궁금한 물음표가 새겨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그것은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미스터리 한 현상을 이야기하는 곳에선 시간 여행자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 주장을 반박하거나 묵살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는 그러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나대로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과오를 바로 잡고,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을 말이다.


나에게 있어 글쓰기는 타임머신과 같다.

과거를 불러 내어 그것을 나 자신과 논한다. 물리적인 시간과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결과는 바꿀 수 없다. 그러나, 과거에 대한 내 생각을 바꾸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하고, 깨달음은 감정을 지휘한다. 수치스러운 일로만 끝났던 과거의 일에서 깨달음을 얻는다면, 역사는 바뀐다. 굳이 과거로 돌아가 (영화처럼) 무수한 부작용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인생은 한 치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이므로, 미래를 점친다는 것은 오만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줄이는 것이다. 과거의 나를 바탕으로 현재의 나를 써내려 가다 보면, 미래의 나에 대한 걱정을 줄여나갈 수 있다.


나는 이러한 타임머신의 수혜를 특히, '퇴고'를 할 때 많이 받는다.

과거의 과오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써 내려갈 때, 나는 마음의 요동을 따른다. 결국 글을 쓰게 만드는 건 감정이므로 나는 그것에 온전한 집중을 부여한다. 그렇게 날것의 그것들을 그대로 꺼내어 놓는 과정은 무척이나 숭고하다. 남에겐 별것 아닌 이야기일지 모르나, 그 이야기엔 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타임머신이 없기에 나는 삶을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글쓰기를 통해 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자유롭게 드나든다. 더불어, 그렇게 꺼내어 놓은 내 마음들을 하나하나 퇴고해가며 나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되돌려 놓는다. 어쩌면 삶을 되돌려 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을 고치며 생각을 고치고, 생각을 고치며 삶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변화된 삶은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능력이 있다. 과오를 깨달음으로, 불안을 자기 성장의 기회로 삼는 능력.


그 능력이 하나 둘 쌓이다 보면, 이제는 제법 굳이 과거와 미래를 드나들지 않아도 될 만큼 현재의 삶을 잘 살아내기도 한다.

지금 잘하면, 과거를 후회할 일도 미래를 막연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은 완벽할 수 없고 실수와 불안함으로 성장하게 마련이니, 실수와 불안을 줄이자고 하기보단 그것들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키우는 걸 나는 택하기로 한다.


바로, 글쓰기와 퇴고를 통해서 말이다.

내 삶의 변화는 이것으로부터 시작되어 꾸준함을 이루고 있으므로.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하늘은 스스로 쓰는 자를 돕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