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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Feb 15. 2022

글쓰기라는 손맛

굳이 말하자면, 손맛의 가장 큰 상위는 내게 있어 '글쓰기의 손맛'이니까

세상엔 몇 가지 무서운 것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나는 '손맛'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에 의해 사람들은 돌변하기를 일삼고, 삶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틀어 가기 때문이다. 보통 손맛은 음식을 만들 때나,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물고기를 잡아 올릴 때의 그 기분을 대변하는 말로 쓰인다.


우리네는 그 단어를 음식과 낚시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운동과 활동에 통용한다. 통용한다는 말은 정서가 교집합 되었다는 의미다. 교집합 된 정서는 '탁'하고 말하면, '턱'하고 알아듣게 하는 힘을 발생시킨다. '손'이라는 촉각과 '맛'이라는 미각이 만나 만들어 내는 그 시너지는 그야말로 짜릿하다. 그 둘의 케미스트리가 어찌나 좋은 지, '손맛'이라고 하면 누구나 그 감정을 읽을 수 있다. 그 안에 녹아져 있는 오만가지의 감정을 한 단어로 표현해내면, 누군가는 그것을 단번에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의 손맛'이라는 이야기를 꺼내고 싶다.

어느새 나는 글쓰기의 손맛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돌변하였고,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삶의 방향을 틀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돌변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고, 틀어진 것은 부러질 듯 딱딱하게 살아가던 내 아집이다.


사실, 글쓰기만큼 고통스러운 것도 없다.

써내야 한다는 압박과, 잘 써야 한다는 강박. 무엇을 쓸지 몰라 허둥대던 시간과 유쾌하지 않은 나의 무의식과 대면해야 하는 순간들. 나를 관통하는 글쓰기를 부르짖지만, 그것은 그리 가볍거나 당연한 것이 아님을 나는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나를 마주하고 글을 써 내려가는 건 바로 이 무서운 '손맛' 때문이다.

글쓰기의 최종 도구는 손이 아니던가. 머리로 차갑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따뜻하게 데어 내어 놓는 정성스러운 음식과 같은 글은 결국 손끝에서 탄생한다. 손은 추상적이고도 감성적인 부유물들을 마침내 활자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능력의 정도를 따져보건대, 보이지 않는 것을 만들어내는 머리와 마음도 놀랍지만, 그것을 세상에 내어 놓아 자아와 타인이 그것을 볼 수 있게 만든다는 건 더 놀라운 일이 아닐까 한다. 그 누구도 꺼내어 놓지 않은 생각을, 그 누구가 알 수 있을까. 결국, 손이 그것들을 끄집어내고 마는 것이니, 나는 손의 역할과 능력을 앙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젠 돌아갈 수가 없다.

이미 나는 글쓰기라는 손맛을 알아버렸다.


그래서 기쁘다.

그래서 행복하고, 또 그래서 감사하다. 이 손맛을 모르고 살았다고 생각하면 몸서리 처진다.


오늘도 기어이.

난 머리와 마음속의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이렇게 눈에 보이도록 써 내려가고 있다. 삶을 살아가다 그 어느 다른 손맛에 홀딱 빠져버릴지 모르겠으나, 분명한 건 이 글쓰기의 손맛은 절대 놓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아마도 다른 손맛을 알게 된다면, 나는 그 손맛의 즐거움을 글로 써 내려갈 것이 뻔하다.


굳이 말하자면, 손맛의 가장 큰 상위는 내게 있어 '글쓰기의 손맛'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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