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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14. 2022

글쓰기에 필요한 역량 - ①뻔뻔함-

뻔뻔함은 이처럼 용기를 준다.

글쓰기를 하는 데 있어선 많은 역량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는 다른 것이란 걸, 글쓰기를 지속하며 알게 된다.


우리는 대개 글쓰기를 시작할 때 필요한 역량을 '작문'과 연결 짓는다.

'작문'은 말 그대로 '글을 짓는 것'이다. 그러니까 '글쓰기는 글을 잘 지어야 한다'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된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내 문장력이나 소위 말하는 필력은 비루하기 그지없었고, 내가 글쓰기를 해도 되나란 두려움과 회의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문제는, 이 두려움과 회의감은 글을 쓰는 와중에 드는 생각이 아니라 글쓰기의 시작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출발선에 선 존재는 언제나 초라하다. 그 초라한 존재 앞에 놓은 두려움은 말 그대로 거대하다. 그 거대함을 어찌 넘을 수 있을까란 마음은 결국 쓰고자 하는 마음의 펜을 놓게 만든다.


시작도 전에 시작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글쓰기를 이어가다 보니 나는 알게 되었다.

내게 진정 필요한 역량은 '작문'만이 아니란 걸 말이다. 글을 쓰는데 '작문'은 필요한 역량이지만, 그것의 순서는 아주 저 멀리다. 아니, 오히려 그것은 역량이라기보단 '산출 값'이란 생각이다. '산출 값'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글쓰기를 하고 보니 알게 된 다른 필요한 역량을 가지게 되면 '작문'은 자연스럽고도 자동적으로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이 '산출 값'을 내어 놓기 위해 필요한 첫 역량은 바로 '뻔뻔함'이다.

'뻔뻔하다'란 말은 '부끄러워할 만한 일에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염치없이 태연하다'란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부끄러워할 만한 일'에 대한 정의다. 


글쓰기 앞에 머뭇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부끄러움'이다.

내가 쓴 글이 부끄러운 것이다. 남에게 보이기도 전에, 내가 봐도 부족하고 비루한 그 작태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내 안의 '자기 검열관'은 그 마음을 배가 시킨다. 이것밖에 안되면서 글쓰기를 하겠다고 결심했냐는 비아냥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마치 나에게 얼차려를 주는 조교와도 같아 보인다.


이 '자기 검열관'에게 맞대응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바로 '뻔뻔함'이다.

자기 검열관이란 조교 앞에서 무참히 얼차려를 받을 때. 나는 생각했다. '아니, 내가 글을 써서 당장 훌륭한 대 문호가 되겠다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이리 나를 깎아내리고 있지? 글쓰기는 그저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면 되는 거 아닌가? 나는 왜 남의 눈치를 보고 있지?'


그러자 용기가 생겼다.

조금은 더 뻔뻔해지기로 한 것이다. 그저 내놓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내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작문을 잘해야지'란 마음을 버리고, 내 마음과 생각을 잘 내어 놓아야지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역설적으로 '작문'도 더 자연스럽게 잘 되기 시작했다.


뻔뻔함은 이처럼 용기를 준다.

정말로 부끄러워할 일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건 문제다. 그러나, 글쓰기에 있어서만큼은 부끄러운 게 부끄러움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그것을 깨달을 수 있는 힘이 바로 뻔뻔함이다. '자기 검열관' 앞에 주눅 들기보단, 뻔뻔함으로 무장하면 '자기 검열관'을 글쓰기의 동반자로 어깨동무를 할 수 있게 된다. 


글쓰기 앞에 멈춰있다면.

그 시작 앞에 시작이란 꼬투리를 놓치려 하고 있다면.

자기 검열관 앞에 주눅 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면.


마음속의 뻔뻔함을 끄집어내어 그것을 극대화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의 글을 부끄럽게 보는 그 마음이 사실은 더 부끄러운 것이라는 걸 상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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