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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15. 2022

글쓰기에 필요한 역량 -②노동력-

노동의 가치는 고귀하다. 그것은 글쓰기에도 예외가 아니다.

글쓰기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노동이다
- 존 스타인 벡 -


이 세상의 일 중에 머리와 몸을 쓰지 않는 일은 없다.

무슨 일을 하든, 아니 그 어떤 일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머리와 몸을 쓸 수밖에 없다. 머리로 하는 일도 몸을 써야 하고, 몸으로 하는 일도 머리를 써야 한다. 정도의 차이일 뿐, 우리는 그 둘 모두를 쓸 수밖에 없는 존재다.


우리는 그것을 '노동(력)'이라 부른다.

'노동'은 생산을 위함이다. 무언가를 생산하려면 우리는 노동을 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머리와 몸을 써야 무언가를 생산할 수 있다는 말이다. 더불어, 머리와 몸을 쓰면 그 어떤 걸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글'을 '생산물'로 규정한다.

소비적인 삶에 회의하며 무언가를 생산하고 싶었고, 글을 써냄으로써 나는 실체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형의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선하고 강한 영향력이 되었고, 유형의 모습으로 책과 콘텐츠 그리고 경제적 가치가 되어 돌아왔다. 그러니, 나는 '글'이 '생산물'이라는데 조금의 의심을 품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글을 어떻게 생산해냈을까?

당연한 과정을 통해서다. 노동. 그렇다. 머리와 몸을 쓴 것이다. 머리로 소재를 생각해내고, 손가락으로 그것을 토해내었다. 마치 내 몸은 공장과도 같이 그렇게 하나 둘 글을 생산해냈다.


그러나, 나는 글을 쓰면서 '머리'와 '몸' 외에 다른 한 가지가 더 노동력에 관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바로 '마음'이다. 돌이켜보니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들고, 꾸준하게 글감을 제공하는 원동력이 바로 그것이었다. '마음'은 다른 말로 '감정'이다. 감정이 요동할 때, 감정이 욱 할 때, 감정이 안정되지 않을 때 글은 쏟아져 나왔다. 오히려 평온한 마음은 나태함으로 귀결되고 글쓰기는 멈추기 일쑤였다. 


다시.

나는 머리로 차갑게 사색하고, 마음으로 그것을 따듯하게 데워내어, 손으로 그것을 정성스레 내어 놓는다. 이 과정을 통해 생각과 마음은 몸을 꿰뚫게 되는데, 나는 이것을 '나를 관통하는 글쓰기'로 규정한다. 나를 관통해야 진정한 글이 나올 수 있다. 나를 관통하지 못한 글은, 그러니까 나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타인에게 보일 글이라 생각하며 두려워하며, 왜 써야 하는지 보다 어떻게 써야 하는지 혈안이 된 사람의 글엔 진정성이 없는 것이다. 진정성이 없다는 말은 그 누구에게도 영향력을 줄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글, 우리 머리와 마음속에 남아 있는 글은 누군가의 진정성이 내 마음으로 와 영향력을 준 것이란 걸 상기해보면 그리 이해가 될 것이다.


존 스타인 벡의 말처럼.

글쓰기는 노동이어야 한다. 그것도 가장 외로운 것이어야 한다.


왜 외로워야 하는가?

나를 만나기 위함이다. 스스로 선택한 외로움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외로움을 두려워하고, 그것을 회피하고자 타인에 의존하다 보면 우리는 자아를 잃게 된다. 어느 날 훅하고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면, 이제는 그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아야 하는 순간이다. 우리는 그것을 알아채야 한다.


글쓰기를 하는데 지식이나 필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우선 노동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노동을 하면 무어라도 생산된다. 글을 잘 쓸 수 없다는 두려움과, 남에게 보여줬을 때 부끄럽지 않은 정도의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은 노동을 한 후에 느껴도 늦지 않다. 아니, 무어라도 써 놓고 나서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을까?


머리와 몸 그리고 마음.

노동을 위한 준비물이다. 그것은 모두 내가 가진 것들이다. 어디서 구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하고 느끼고 깨달은 것을, 손가락으로 내어 놓으면 된다. 이 세상 모든 생산물은 모두 가공 과정을 거친다. 한 번에 딱 만들어지는 것은 없다. 그러니, 한 번에 써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고 노동을 실천하면 어느새 이전엔 쓰지 못했던 글 하나가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노동의 가치는 고귀하다.

그것은 글쓰기에도 예외가 아니다.


어차피 글쓰기는 삶과 진하게 엮여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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