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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04. 2022

네가 무슨 작가냐라는 내면의 소리가 들려올 때

회의감은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모든 일엔 '회의(懷疑)'가 내포되어 있다.

내가 하는 일에도, 내가 살고 있는 모습에도, 내가 좋아하는 그 어떤 것에도. 그 말 뜻대로, 의심을 품지 않을 수가 없고, 문득 떠오르는 상념과 질문들은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를 기어이 걸고넘어진다.


그런 마음과 불편한 질문들은 무언가가 한참 진행되었을 때 나타난다.

집에 무언가를 놓고 왔을 때, 다시 되돌아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딱 그 정도의 거리. 그러니까, 의심이 든다고 당장 포기하기에도, 그저 묵묵히 나아가기에도 애매한 그 지점. 회의감은 그 지점을 파고든다. 그리고 그 지점은 곧 선택의 기로가 된다. 되돌아가느냐. 앞으로 더 나아가느냐. 포기하느냐. 포기하지 않느냐. 생각보다 그 압박은 작지가 않고, 되돌아보면 그 지점에서 포기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몇 권의 책을 출간한 어느 때였다.

갑자기 '네가 무슨 작가냐?'라는 내면의 소리가 올라왔다. 당황스러웠다. 그러게. 나는 작가일까? 평소 내가 앙망하던 작가의 모습과 내 모습은 거리가 있었다. 왜 다들 그런 게 있지 않는가.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철저하게 일상 루틴을 지켜내고, 김훈 선생님처럼 좌중을 압도하는데 단 몇 개의 문장이면 되는 그 필력을 가지고 있는 것. 그래야 비로소 작가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내면의 목소리.


회의감과 함께 난 갈림길에 섰다.

글쓰기를 그만두어야 할까. 아니면 계속 써야 할까. 마침, 직장에서도 내 글쓰기에 대한 수군거림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올 그 무렵이었다. 평생을 직장만 바라보고 살아왔으니, 그 수군거림은 내게 있어 크나큰 두려움이었고, 글쓰기를 시작한 내가 무언가를 잘못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누군가는 갈림길에 섰을 때 동전을 던진다.

판단이 쉽지 않아 동전의 어느 한쪽 면에 그 결정을 맡기려는 것이다. 얼마나 어려우면 그러할까. 그때, 내게 문득 든 생각은 동전 대신 글쓰기로 그것을 대체하자는 마음이었다. 선택의 기로에서 어느 길로 가야 할지, 글을 쓰면 알게 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글을 써야 할까, 말아야 할까를 글쓰기로 돌아보겠다고 한 그 생각에서부터 아마도 내 선택은 결정되어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 선택으로 인해 지금도 나는 글을 쓰고 있다.

네가 무슨 작가냐라는 목소리는 지금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 연연하지 않고 나는 그저 쓴다. 작가가 별거인가. 쓰면 작가 아닌가라는 내 또 다른 목소리가 조금 더 커졌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던 작가는 필력으로 중무장하고, 박학다식한 지식을 겸비한 사람이었다. 꼭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러하지 않아도 글을 쓸 수 있으며, 그것을 지속해 나가는 사이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했던 작가의 모습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말했다.

진리는 존재하지 않고, 진리에 대한 의지만이 있다고 말이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작가는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다만, 글쓰기에 대한 의지 있다고 한다면 나는 이미 작가인 것이다.


회의감은 결국, 내가 무언가를 시작했고 또 어느 정도 그 길을 걸어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쓰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도 않을 마음이니까. 그러니, 네가 무슨 작가냐라는 내면의 소리가 들려오면 쾌재를 불러도 과하지 않다. 나의 글쓰기는 이미 시작된 것이고, 그것이 시나브로 이어져 회의감이라는 녀석을 마주한 것이라 볼 수 있으니.


내면의 소리는, 아마도 나에게 무언가를 전하는 각기 다른 형태의 신호가 아닐까 한다.

그것을 응원으로 받아들일지, 절망으로 받아들일지는 오롯이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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