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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06. 2022

글쓰기에 필요한 역량 -④자기 연민-

그것이 바로 글쓰기의 시작임을 알아차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는데, 그것은 바로 글쓰기는 해박한 지식으로 써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서론, 본론, 결론을 칼 같이 나누고. 내가 지금까지 쌓아 온 상식과 명언 그리고 논거가 될만한 인용구들을 늘어놓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소위 말하는 '잘 쓴 글'이라고 결론짓는다.


대부분 글쓰기 앞에 머뭇거리는 이유는 나는 그러한 지식이 없기 때문이고, 논리라는 강박의 틀 안에 자신을 욱여넣고 싶지가 않아서다.

한 마디로, 글쓰기는 재미없고 고루한 것이며, 그 어떤 틀에 맞춰 써야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재밌는 것은, 그러면서도 이미 머릿속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책 표지가 아른거리고, 글 한 편으로 등단하여 많은 사람의 주목과 인세를 받고 사는 제2의 인생을 꿈꾼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생각이 나쁘거나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글쓰기 앞에 머뭇거리기보단 당장 무어라도 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고 글을 쓴다한들 앞서 이야기한 것들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노파심에서 꺼낸 말이다.


나 또한 지식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착각에 빠졌었다.

그래서 내 글쓰기도 불혹이 넘어서야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렇다.


그런데,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글을 써야지 마음먹었던 그 순간을 돌아보면, 그것의 원동력은 내 지식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였다.

결코 써 본 적 없지만, 쓰지 않으면 숨 쉴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나를 찾지 않으면 삶에 의미가 없을 거라는 막연한 무력감. 소비적으로만 살았던 내 삶에 대한 후회. 그리고 동시에 무언가를 생산하고 싶다는 강력한 동기. 그러니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지식'이 아니라 순전히 '마음'에 의해서였던 것이다.


글쓰기를 배우지 못하고, 써 본 적 없다는 사실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는 자기 연민을 하고 있었고, 이것이 촉발이 되어 글쓰기는 시작된 것이다.


'자기 연민'이란 무엇인가.

스스로를 불쌍하고 가엾게 여기는 것이다. 나는 왜 불쌍하고 가여운가? 내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홀로 묵묵히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살아 가는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정신 차려보니 우리는 이미 어미의 자궁 밖에 나 앉았고, 먹고 숨 쉬며 성장했고 '나'라는 '자신'을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이유도 모른 채 태어나, 세상과 아웅다웅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가엾은 운명인가?

그 누구도 설명해줄 수 없는 삶에 대한 물음표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오롯이 나 자신이다. 가족과 친구들도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으며, 나 또한 그들의 속내를 다 알 순 없다. 그러니 삶은 언제나 홀로여야 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다만, 그 길을 함께 걷는 건 나 자신이라는 것에서 우리는 자기 연민을 가지지 아니할 수가 없다.


자기 연민을 가질 때,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아니, 스스로를 돌아봤으니 불쌍하고 가여운 마음이 올라왔을 것이다.


글쓰기의 출발점은 바로 그 지점이다.

'나'를 인지하고, '나'를 발견하고. '나'를 다시 바라봄으로써 마음속엔 수많은 것들이 요동하고 그 요동하는 마음은 잠자고 있던 수많은 생각과 느낌 즉, 글감들을 부유하게 만든다. 나는 그 부유물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것들 중 하나를 골라 글을 쓴다. 지식이나 논리는 나중이다. 쓰다 보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겸비가 된다. 내 생각과 느낌을 먼저 내어 놓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글쓰기도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 자신조차 저 뒤에 놓고 앞으로 달려가는 나는 아닌가.

뒤처진다고 스스로를 못나게 여기거나 다그치기만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그 누구보다 내 삶을 잘 살아내고 있는 나에게.

연민의 감정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불어, 그러해야 하는 의무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 스스로를 돌아보고.

그 마음속에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 써보기를 종용한다.


그것이 바로 글쓰기의 시작임을 알아차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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