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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07. 2022

글쓰기에 필요한 역량 -⑤때로는 막 쓰기-

내 글쓰기도 그렇게 이어지고 있으니.

나는 춤을 잘 추지 못한다.

몸치인 이유도 있지만, 어쩌면 속내에 있는 부끄러움과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그것이 더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춤을 멋지게 추는 사람이 있지만, 춤을 잘 추지 못해도 혼신의 힘을 다해 그것을 해내는 사람이 있다. 오히려 소위 말하는 '막춤'을 춘 사람이 더 큰 박수를 받고, 더 큰 웃음을 준다. 춤을 잘 추지 못하고 남을 의식하는 나로서는, 춤을 잘 추는 사람보다 후자에 속한 사람을 더 경외한다. 그/ 그녀는 춤을 잘 추지 못한다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라는 두려움은 벗어던졌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어쩌면 그 '막춤'은 이 세상 그 어느 춤보다 더 용기 있고, 멋있는 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막 써야 할 때가 분명 있다. 나 또는 남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내가 정말로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끄집어낼 수 있게 된다. 글을 쓰며 우리는 얼마나 많이 고뇌하는가. 그러나 그 고뇌는 내 안의 것들을 어떻게 진솔하게 끄집어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고상하게 그리고 남들이 봤을 때 무시당하지 않을 정도나 그들에게 인정을 받을 표현을 해낼까가 주다. 그것을 신경 쓰다 보면 내 안의 자기 검열관이 내 글의 이곳저곳을 가지치기하고, 가지치기하고 남은 글엔 진솔함이 없다.


'때로는 막 쓰기'가 무슨 글쓰기 역량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나는 반대로 묻고 싶다.

"당신은 막 쓸 수 있는 용기가 있나요? 그리고, 막 써본 적 있나요?"


막 쓴다는 건, 내 안의 것을 그대로 내어 놓는다는 것이다.

동시에, 내가 쓴 글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겠다는 큰 다짐을 했다는 뜻이고, 남들이 어찌 생각해도 나는 내 이야기를 하겠다는 크나큰 용기가 서려있다.


정 우려가 된다면, 글쓰기엔 '퇴고'란 아주 좋은 과정이 있다.

퇴고 또한 글쓰기에 포함되는 요소다. 글쓰기와 퇴고를 따로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그렇다면, 이제 막 쓸 수 있는 용기가 좀 더 생겨났는지 모르겠다.

물론, 이 방법을 무조건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다만, 제대로 된 글과 멋진 글을 한 번에 써내야겠다고 생각하며 글쓰기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거나 꾸준하게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 번 시도해보라고 종용하는 것이다.


내 글쓰기도 그렇게 이어지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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