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그곳의 이야기
여정
암스테르담 to 브레멘 (364km, 1박)
브레멘 to 덴마크 빌룬트 레고랜드 (400km 2박)
덴마크 빌룬트 to 암스테르담 (755km)
여기 주인에게 버림받은 존재들이 있다.
더 이상 그 주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자, 가차 없이 버림받은 그들은 자유의 땅 브레멘으로 향한다.
당나귀, 개, 고양이, 수탉이 그들이다.
그들이 하고 싶었던 것은 음악대.
그래서 그 동화의 이름은 '브레멘 음악대'가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은 결국 브레멘으로 가지도, 음악대가 되지도 않았다.
브레멘으로 가는 길에 훔친 물건들과 함께 배불리 먹던 도둑들을 그 집에서 우연히 쫓아내고, 그곳에서 여생을 행복하게 보냈다는 내용이다.
잘 알려진 이 동화의 이야기는 그래서 가볍지 않다.
그저 어린이를 위한 동화라고 여겨졌던 이 이야기는 약탈을 꾀하여 제 배를 불리는 귀족과, 주인에게 버림받은 서민들의 호쾌한 복수극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하지 못한 그 복수의 호쾌함이, 우리가 사는 지금에도 현실이 아닌 동화 속에서 대리만족을 느껴야 한다니.
씁쓸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가볍지 않다. 가볍지 않다 못해 무겁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 일지 모르지만, 결국 그 동화를 쓴 건 어른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와 의도를 비수처럼 간직한.
"자유의 도시 브레멘, 유네스코 유산의 도시 브레멘"
13 ~ 17세기 경 북방과의 해상 무역이 활발하던 시대에 브레멘은 한자동맹 (Hansestadt) 도시의 주요 도시가 되었고, 해안가에 접해있는 작은 섬들은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이러한 부흥과 함께 그림형제의 동화인 '브레멘 음악대'는 시의 상징이 되었고, 또 자유의 상징이 되었다. 그 음악대가 브레멘에 도착하지도, 음악대가 되지도 않았음에도 브레멘은 음악대의 도시로 기억된다. 표상의 힘이다.
더불어 그 브레멘 음악대 동상은 시청사 한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어, 벨기에의 오줌싸개 동상과 덴마크의 인어공주 상과 더불어 유럽에서 '허탈한 관광명소'를 담당한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스토리의 힘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일 테고.
다만, 그 실망은 이내 그 이상으로 충족된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롤란트 동상과 시청사 건물의 사이에 서게 될 그때에.
더불어 보이는 중세 시대의 아기자기함과 웅장함을 동시에 가진 광장 근처 건물과 대성당은, 음악대라는 작은 틀에 브레멘을 욱여넣은 것에 대한 반성마저 일으키게 한다.
밤에 도착하여 둘러보고, 아침에 일어나 또 둘러본 브레멘은 그렇게 기대 이상이었다.
당나귀, 개, 고양이 그리고 수탉이 했던 그 호쾌한 복수는, 우리는 언제쯤 맞이할 수 있게 될까.
기대하지 않고 지나가던 브레멘에서의 하루가, 큰 울림으로 내 마음에 다가왔다.
사람은 만나서 이야기를 해봐야 그 진가를 알고.
나라와 도시는 직접 가봐서 보고 듣고 느껴봐야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는 당연한 말을 한 번 더 되뇌었다.
브레멘의 낮과 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시청사 건물과 롤란트 동상을 중심으로 우리를 과거로 안내한다. 기득세력에 대한 호쾌한 복수를 한, 브레멘에 오지도 음악대가 되지도 않은 주인에게 버림받은 그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