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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02. 2022

모니터를 바라보는 오늘 하루의 의미

낯설게 보는 하루가 영 짧지가 않다.

아주 자연스럽게.

아주 당연한 것처럼. 이른 시간 출근하여 내 책상에 앉는다. 그 움직임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매일 하는 행동이지만, 매일 그것을 기억하진 못한다. 당연한 것은 그렇게 잊히기 마련이다. 


모니터는 나를 마주하고 있다.

그 어떤 사람도, 이 만큼의 시간을 마주한 이는 없을 것이다. 일 할 때 바라보는 모니터엔 참으로 많은 것들이 들어있다. 어쩌면 내 직장생활의 희로애락이 전부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모든 소식이, 모든 업무가 그리고 모든 갈등이 모니터로부터 온다. 내 마음을 요동하게 하는 대부분의 것이 그 안에 있는 것이다.


당연하게 바라보던 모니터가 오늘은 낯설게 보였다.

문득, 직장생활이 언젠간 끝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주 당연한 일인데도, 분명 그러할 것을 알고 있는데도. 차오른 생각이 영 익숙하지가 않았다.


그 느낌이 참 우스웠다.

누구라도 직장생활이 영원하지 않을 거란 걸 잘 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마치 영원할 것처럼 상처받고, 지금 내게 일어나는 일들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허둥지둥 댄다. 한 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것이 지속될 것이란 두려움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이것이 생각보다 빨리 끝날까 불안해하기도 한다. 


모순과 아이러니를 품은 존재는 나약하다.

나약하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다.


기억하지도 못할 만큼 당연한 오늘의 이 자리.

자리에서 바라보는 모니터.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나처럼, 꾸역꾸역 부팅되는 컴퓨터. 괜스레 친근해 보이는 것들에게 나는 마음으로 인사를 건넸다.


오늘 하루의 의미는 과연 내게 무엇일까.

끝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무한한 두려움에 스스로를 가두는 나 자신이 한없이 나약해 보였다. 내가 모니터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모니터가 나를 측은히 바라보는 듯했다.


당연한 걸 당연하지 않게 바라본 오늘 하루.

어쩌면 그것이 내게 있어선 꽤 큰 하나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누가 누구를 측은하게 보든, 사무실의 풍경은 늘 언제나 그렇게 이어지고 또 이어질 것이다. 언젠간, 당연하게 자리에 앉던 책상도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채워질 테니까.


낯설게 보는 오늘 하루가 영 짧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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