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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28. 2022

부모 노릇이란 무엇일까

주어진 오늘의 내 삶을 묵묵히 잘 살아내야겠다.

가족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그 음식을 먹는 곳은 누구나 바라는 어느 휴양지다.


마음이 뿌듯하다.

내 노동력과 맞바꾼 월급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내 마음은 직장과 업무로 인해 무거울지언정. 행복하게 놀고, 맛있게 무언가를 먹는 가족의 모습은 언제나 내게 있어선 큰 위안이다.


그러나 그 뿌듯함은 이내 수많은 질문들로 전환되었다.

이것이 진정한 행복일까? 좋은 곳에서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게 내 뿌듯함의 전부일까? 혹시라도 내 뿌듯함이 가족의 행복보다 큰 건 아닐까? 스스로의 기분에 취한 건 아닐까? 돈으로 산 이것들이, 가족들에게 하는 내 도리의 전부라고 착각하는 건 아닐까?


진정한 부모 노릇이란 무엇일까?


돈으로 환산되는 것이 부모 노릇의 전부라면, 이 세상엔 나보다 훌륭한 부모들이 더 많을 것이다. 

지금의 것이 앞날에도 맞을 수도, 앞날의 것이 지금의 것을 틀리다고 규정할 수 있는 삶의 아이러니함을 돌이켜볼 때 나의 노릇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곱게 크고 있다는 것을 힐난하면서, 우리 아이들을 거친 세상으로부터 보호하려 발버둥 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니까 이것이 진정한 부모 노릇일까 하는 게 내 의문의 출발점이 었을지도 모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표현을, 나는 부모가 되어서 실감했다.

그러니, 그렇게도 아이들을 감싸고 무언가 좋은 것만을 주려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불편하니까. 그러나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이들의 삶에 도움이 될지 아닌지는 나도 모른다.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 확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면으로부터 올라오곤 한다.


다시 나에게 묻는다.

진정한 부모 노릇이란 무엇일까?


정답은 없다.

이것이 내 결론이다.


아니, 해답이 있다면 그저 내 인생을 잘 살아내는 것이 그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을 주려는 것은 바로 내 욕심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그러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니까, 내가 행복하지 않고 내가 만족이 안되니까. 내가 아무리 좋은 것을 주든, 좋은 곳을 데려가고 맛있는 것을 먹이든. 그것으로부터 얻는 마음의 행복과 깨달음의 정도는 오롯이 아이들의 몫이다.


그러니, 나는 무언가 더 좋은 것을 내어 놓는 것보단.

내 삶을 더 잘 살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아마도 이것이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어 더 큰 울림을 주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난 아이들에게 '막대한 유산'보다는 '위대한 유산'을 주고 싶다. 위대한 유산은 내가 나의 삶을 잘 살아낼 때 생긴다. 내 삶에 떳떳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아이들에게 부모 노릇을 할 수 있겠는가.


'노릇'이란 말은 일견 가벼워 보이지만.

그 안엔 '역할'과 '구실'이란 말이 숨어 있다. 나도 부모가 처음이다. 처음이라 서툰 게 너무나도 많다. 그 서투름을 매울 수 있는 건 그 역할에 충실하려 노력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 내 노력을 좀 더 담고, 내 삶에 좀 더 진지하게 임한다면.

그 가상함을 아이들이 느끼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이 좀 더 나은 부모로서의 내 노릇이 아닐까.


무엇을 더 잘하려 하기보단, 주어진 오늘의 내 삶을 묵묵히 잘 살아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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