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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18. 2022

때론 걱정을 많이 하는 것도 좋네

걱정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아침부터 근심이 가득한 하루였다.

쌓인 업무.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문제들. 글도 잘 써지지 않은 어제.


마음의 무게는 가늠할 수가 없다.

차라리 몇 kg짜리인지를 알 수가 있다면 어느 정도 각오가 될 텐데, 삶과 마음은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이제는 들어차는 걱정을 마다하지 않는다.

걱정해서 풀릴 일이라면 계속 걱정하면 되고, 걱정해도 풀리지 않는 일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걱정하고 말고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마치 썰물과 밀물 같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그것은 왔다 갔다 하고, 때가 되면 그때에 맞추어 움직인다.


걱정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하루의 마음이 가볍지 않으니, 몸도 무거웠다.

찌뿌둥한 몸으로 출근한 사무실. 영원할 것 같지만 언제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머금은 책상이 나를 반긴다. 익숙하게 앉아 컴퓨터를 켜고 자판을 두드린다. 반갑고도 반갑지 않은 소식들이 이메일에 한가득이다.


메일 하나하나를 읽고, 업무를 처리하고.

조금은 무기력한 듯, 또 조금은 상기된 듯.


시간이 지나고 점심을 먹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오후 업무를 시작한다.


그러다 깨달았다.

내가 걱정한 정도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도량할 수 없는 마음의 무게가, 도량할 수 없을 만큼 줄어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가져온 걱정의 무게만큼은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였다.


때론, 이렇게 걱정부터 앞서는 것도, 더 많은 걱정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많이 걱정하고 덜 감당하는 것과, 덜 걱정하고 더 뒤집어쓰는 것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전자를 택할 것이다.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더 걱정하는 습관, 더 무겁게 마음을 다잡는 버릇.


다시, 걱정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그 걱정은 다름 아닌 나를 위한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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