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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31. 2022

퇴근은 퇴사를 위한 연습

하나 둘, 퇴근을 모으다 보면 언젠간 퇴사를 하게 되겠지

'퇴근(退槿)'의 '퇴'자는 물러남을 말한다.

'근'은 부지런함을 말하며, 동시에 근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부지런히 출근했으니, 근심을 덜어 놓고 물러나는 것이다. 이리 생각하면 '출근'이라는 의미도 연계가 된다. 부지런히, 그리고 근심을 가지고 우리는 회사로 향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어느새 나도 모르게, 회사를 다닌 날보다 다닐 날이 더 짧은 때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퇴근의 의미가 남다르다.


퇴근은 곧 퇴사를 위한 연습이 아닐까.

끊임없이 출근하고, 출근을 하니 퇴근을 하고. 하루하루 그렇게 퇴근을 모으면, 그러다 보면 언젠간 퇴사를 하게 되니까.


직장에서의 혼란스럽고 버거운 시간은 마치 그것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을 준다.

무언가가 영원할 것이라는 두려움과 공포는 그 크기와 힘에 기인한다. 즉,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그 충격이 크다. 


왜 일까?

그것은 먹고사니즘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월급은 항상 작아 보이지만, 그 따박따박함의 힘이 나와 내 가족의 생계를 유지시키고 있다. 그것이 끊긴다는 것은 커다란 공포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한 취업 기관의 조사를 보면 1년 내 퇴사율이 48.6%에 달하고, 3년 차에도 14.6%라는 두 자릿수의 퇴사율을 보인다. 이처럼 겁 없이(?) 퇴사를 하게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꼭 회사가 아니더라도 돈을 벌 수 있는 다양해진 직업군, 워라밸이라는 개념의 등장과 행복에 대한 기준의 차이. 무엇보다 현세대에게 있어서 퇴사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그것이다.


소위 말해 나는 '낀 세대'다.

퇴사는 '끝'이라는 두려움이 있지만, '또 다른 시작'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퇴근을 퇴사의 연습이라 생각하는 이유다.


이리 생각해보면 투덜투덜, 터벅터벅 대던 퇴근 길이 꽤 의미 있어진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회사 이후의 삶. 아니, 퇴근할 수 있는 날이 하루하루 줄어든다는 생각에 오히려 하루의 소중함을 알고 회사에서의 삶까지도 더 의미 있게 바라볼 수 있다.


연습을 많이 하면 실력이 는다.

실력이 늘면 위기의 순간이나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그때에 좀 더 유연해질 수 있다. 퇴사는 '끝'이라는 두려움과 '새로운 시작'이라는 기대의 공존이 그리 싫지 않다. 아니,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이다. 진득이 해온 내 직장생활에 대한 자부심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업에 대해 하나 둘 준비해 갈 수 있으니.


언젠가, 퇴근하듯이 하는 퇴사를 나는 꿈 꾼다.

근심은 이제 그만 내려놓고, 부지런히 다른 업을 성취해 가는 나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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