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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09. 2022

글쓰기에 필요한 역량 -⑦사색-

사색은 이내 글이 된다.

생각할 '사', 찾을 '색'


나는 글은 '필력'으로 쓴다고 생각했다.

글을 쓰는 힘. 그것이 없으니 내 생에 있어 글쓰기는 요원한 것이라 단정했다. 그러니 시도 또한 하지 않았다. 내게 있어 글쓰기는 고리타분한 것이며, 언젠가 숙제로 주어져야만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글쓰기 이전까지 내가 썼던 글은 학교에서 했던 과제나, 직장에서 쓰는 이메일과 보고서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어느샌가 글쓰기는 내 삶을 비집고 들어왔다.

써 본 적 없는데, 글쓰기를 배워본 적도 없는데. 기어이 내 삶에 들어온 글쓰기를 마주하고 나는 혼란에 빠졌다.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그 시작에서의 얼떨떨함을 아직도 나는 잊지 못한다. 필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이들의 글을 유심히 봤다. 따라 써보기도 하고, 그들의 문체나 스타일을 답습하기도 했다. 


그러나, 필력은 늘지 않았다. 


써 놓고 보니 아무렇게나 늘어진 자음과 모음이 하찮게 보였다.

글쓰기를 시작한 스스로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다만, 그때의 나를 칭찬하고 싶은 건 그럼에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니 그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사색'이었다. 필력이 부족하면 왜 그것이 부족한 가를 고민했고, 그것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생각했다. 이를 넘어,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 존재인지를 묻고 또 물었다. 답이 있을 리 만무한 것에 질문을 던지는 건 무모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묻고 싶었다. 필력은 부족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쓰고 싶었다.


글쓰기가 멈추지 않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오히려, 답이 없는 그것들에 나는 고마움을 느낀다.


'사색'은 '생각을 찾는 일'이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은 휘발성이 높다. 그것을 붙잡거나 찾아야 하는데, 이게 여간 만만한 일이 아니다. 만만하지 않은 일은 재미가 없고 고리타분하나, 그 이상으로 의미가 있다. 사라지고 도망가는 생각의 흔적들을 찾다 보면 알지 못했던 것이나 느끼지 못했던 것을 얻게 된다. '선물'이다. 삶이 내게 주는 선물. 삶은 그저 지긋지긋한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그것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니 더 이상 지겹지 않고 오히려 그것 안에서 희망을 찾는다.


오늘의 희망은 미래에서 오지 않는다.

오늘의 나에게서 온다.


글쓰기가 나에게 준 메시지다.

이 메시지는 사색으로부터 왔다.


그리고, 사색은 이내 글이 되었다.


그리하여 내 결론은, 글쓰기는 필력으로만 쓰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필력이 없으면, 사색이라도 많이 하면 된다. 깊게 하면 더 좋다. 사라지는 것들을 부여잡으려면 그 정도 노력은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 필력도 늘어나 있게 된다.


생각해보니, 글쓰기가 주는 선물이 너무나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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