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막막할 땐 ‘제목 짓기’가 답
글쓰기가 막막할 땐 ‘제목 짓기’가 답
시작은 언제나 막막하다.
이 말은 막막하지 않은 시작은 없다는 말로도 풀이된다. 그러하므로 글쓰기 앞에 막막함을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나는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막막함을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글쓰기를 시작하셨군요!"
막막함을 느껴야 글쓰기가 시작된다.
막막함을 뚫고 한 글자라도 써 내려가는 그 순간은 참으로 소중하다. 그 한 글자 한 글자가 불러올 삶의 크고, 작은 기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거란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막막함 앞에서 주저앉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과거 어느 순간의 나 또한 그랬을 것이다. 아니, 분명 그랬다. 막막함은 거대했고, 내 모습은 초라했다. 글을 쓰려 할 때마다 느껴지는 무기력함이 싫어, 내 글쓰기는 한동안 멈춰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자신 있게 글쓰기 방법을 알리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 누구보다 그 막막함과 무기력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글쓰기가 잘 안 될 땐 ‘제목 짓기’가 답이다.
사람들은 보통, 글은 서론-본론-결론을 완벽히 구성하고 글을 써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글쓰기는 ‘생각해놓고 쓰는 게 아니라, 쓰면서 생각하는 것’이다. 단언컨대, (완벽하지 못할 거면서) 완벽을 추구하는 마음은 글쓰기의 가장 큰 적이다. 글쓰기의 시작과 과정에서 좌절을 맛볼 때면, ‘어설픈 완벽주의’나 ‘서론-본론-결론을 완벽히 세워 놓고 글을 쓰려는 마음’이 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쓰면서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글이 정리된다.
자연스럽게 도입부를 쓰고, 내 생각을 전개해 나가다 글을 마무리하는 것. 서론-본론-결론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시작에 바로 ‘제목 짓기’가 있는 것이다. 제목 안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함축돼 있다. 서론-본론-결론이 모두 포함돼 있다. 그러니까 ‘제목’이 완성되면 쓰면서 생각할 수가 있다.
이것은 주 제목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중간중간의 소제목 또한 글 전체의 흐름에 큰 역할을 한다.
‘제목 카피라이팅’ 잘 지은 제목 하나,
열 글 부럽지 않다
제목을 매력적으로 짓지 않으면 그 효과가 반감된다.
제목으로부터 글이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제목을 ‘잘’ 지어야 한다. 나는 이것을 ‘제목 카피라이팅’이라고 한다. 우리는 글을 읽을 때 제목을 제일 처음 마주한다. 어느 글쓰기 플랫폼에 글을 읽으러 갔을 때, 마음에 들거나 내 관심을 끈 제목의 글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제목은 쓰는 사람에게나, 읽는 사람에게 모두 중요한 것이다.
또한, 제목을 잘 지어 놓으면 작가는 그 제목을 살리고 싶은 본성이 있다.
《직장 내공》의 대표 글이 된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라는 달콤한 거짓말에 속지 마라〉가 대표적인 예다. 직장인으로서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뇌가 가득했던 때, 나는 그 2가지 것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해선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 둘은 ‘선과 악’의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의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것을 깨달을 때 비로소 직장인의 불행 프레임론에서 빠져나와 직장생활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였는지, 생각은 뒤죽박죽이고 손가락은 어느 한 글자도 써 내려갈 수 없었다.
그러다 어느 신문에서 직장생활을 때려치우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 성공했다는 사람의 기사를 읽었는데, 그 안에는 그가 성공을 이루기 위해 했을 ‘해야 하는 일’은 쏙 빠져있었다. 그때,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라는 달콤한 거짓말에 속지 마라”라는 문장이 번뜩 떠오른 것이다. 그 제목에 기대어 나는 단숨에 글을 써 내려 갔고, 결국 그 글을 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직장 내공》이 출간됐다. 잘 지은 제목이 내 복잡한 머릿속 생각을 단숨에 정리해주었고, 나는 그 멋진 제목을 살리고 싶어 혼신의 힘을 다해 글을 써 내려갔던 것이다.
‘제목 아카이빙’ 글이 써지지 않을 땐
제목이라도 모으고 본다
실제로 나는 지금도 제목을 먼저 짓고 글을 써 내려 간다.
그리고 또 하나.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전에 하지 않던 메모를 하기 시작했는데, 메모할 때 나는 제목을 카피라이팅해 그것을 적는다. 머리를 감다가도 좋은 제목이 떠오르면 나는 서슴지 않고 그 제목을 스마트폰 메모장에 적어 놓는다. 내 스마트폰 메모장엔 아직도 글로 탄생하지 않은 소중한 제목들이 한가득이다. 나는 이 과정을 일컬어 ‘제목 아카이빙’이라 한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제목을 카피라이팅 해 모아 놓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잘 지은 제목은 언젠간 글이 된다.
작가는 그 제목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아니, 그 제목이 작가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자기를 어서 글로 살려 내라고 반짝이는 아우성을 보낸다.
글을 꾸준히 써내는 것, 그게 힘들다면 제목이라도 차곡차곡 쌓아 놓는 것. 글쓰기의 시작이자 과정이고, 과정이자 희열이다.
이처럼, ‘제목 카피라이팅’과 ‘제목 아카이빙’은 글쓰기의 시작을 돕고, 막막함을 걷어내 준다.
완벽하게 시작하려 하지 말고, 우선 쓰라며 응원을 보내는 것이다. 일단 ‘나(제목)’를 멋있게 잘 짓고, 차곡차곡 쌓아 놓으면 그다음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나는 그것이 허풍이 아니란 걸 잘 안다.
지금 이 글도, 한 줄의 제목으로부터 차근차근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완벽한 기획이나 정해진 서론-본론-결론은 없었다. 오늘, 아니 지금 당장 글쓰기를 하고 싶다면, 혹은 쓰고 싶은 글이 있다면 제목 하나를 멋지게 지어봤으면 한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 번 봤으면 한다. 이전과는 다른 어떤 일이 분명 일어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깊이 사색하고, 사색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싶은 메시지를 만들어 내고, 그 메시지를 잘 담은 제목을 카피라이팅하고 아카이빙하는 것.
더불어 그 제목을 충실하게 잘 표현해 하나하나 써 내려가는 것. 필요하다면 글의 제목을 점검하고 바꾸거나 보충하는 것. 이 모든 게 바로 글쓰기의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바로 ‘제목 짓기’가 있다. 제목을 잘 지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