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평범한 사람도 쓰게 만드는 ‘페르소나 글쓰기’

글쓰기는 나와의 대화로부터

by 스테르담
글쓰기는 나와의 대화로부터


페르소나[Persona]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썼던 가면으로 심리학자인 카를 구스타프 융은 이를 ‘사회적 역할’로 정의했다. 글쓰기를 하며 나는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는데, 그중 가장 도움이 된 질문은 바로 ‘나의 페르소나는 무엇일까’였다. 질문의 순간에 딱 떠오르는 3가지. 나는 그것을 나에게 집요하게 묻고 잽싸게 잡아냈다.


대개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러나 글쓰기는 ‘왜’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걸 쓰면 쓸수록 알게 됐다. ‘왜’는 어디에서 올까? 바로 나에게서 온다. 글을 쓰는 건 다름 아닌 나이기 때문이다. 글쓰기 강의 중에는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A4용지 한 장을 써내야 하는 말 그대로 ‘극기의 글쓰기’가 있다. 나는 이 방법이 ‘맞다, 틀리다’를 말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내가 추구하는 글쓰기와는 결이 다르다. 강제로 쥐어짜는 극기의 글쓰기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단기적이다. 글쓰기는 극기가 아니라 자기 화해의 과정이 돼야 한다.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은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를 자기 자신과 대화를 통해 먼저 알아내야 한다.

그래야 중장기적인 긴 호흡의 글쓰기를 할 수 있다. 나와 대화하며 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글쓰기의 이유를 알아내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페르소나 글쓰기’의 목적이자 기본 원리다.


함께 글을 쓰는 다른 이들에게도 물었다.

‘페르소나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아 든 사람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그리고 조금은 당황하는데, 이제껏 그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야 비로소 자신의 가면을 돌아보게 된 것이니 충분히 이해된다.


재밌는 건, 막 떠오르는 페르소나 3가지 중 첫 번째는 직장인인 경우가 열에 아홉을 차지한다.

직장인이 아니라면 사업가나 학생, 전업주부 등이 나오게 되는데 여기엔 아주 큰 의미가 있다. 바로 첫 번째 페르소나는 먹고사는 것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첫 번째 페르소나는 가장 두껍고, 가장 무겁다. 그 말은 2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내가 가장 잘 아는 분야라는 것. 둘째, 내가 가장 할 말이 많은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보다 확실하고 좋은 글의 소재가 어디 있을까?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첫 번째 페르소나를 따분하고 지겨운 것으로 생각한다.

직장인이라면 더 그렇다. 내가 출근해서 하는 일이라곤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작성하거나 회의를 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게 다라는 생각.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의 반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스스로의 첫 페르소나를 가볍게 여긴다. 그러나 나와 다른 분야의 사람이 내 일상이나 하는 일을 보면 전혀 다른 세상이다.


언젠가 여러 회사에서 다른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나는 매우 흥미진진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에겐 따분한 일상이었을 것이고, 다른 분야라고 해도 사실 직장인의 삶이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말이다. 원래 남의 인생은 잘 편집된 예고편과 같고 내 삶은 지루한 롱테이크 컷으로 다가오는 법이다.


그래서 평범한 직장인도
글을 쓸 수 있을까?
쓸 소재가 있을까?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표현하거나, 평범한 것을 평범하게 보지 않으면 (평범한) 직장인도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다.

그 시작은 역시나 페르소나 글쓰기다. 페르소나 글쓰기의 시작은 나는 왜 쓰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방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유다. 나는 간혹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방법에만 열중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해 무언가를 열심히 하다 우두커니 서서, ‘내가 지금 왜 이걸 하고 있지?’라고 회의한다. 그러니 ‘어떻게’가 아닌 ‘왜’가 글쓰기를 포함한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다음은 페르소나를 ‘나열’하는 것이다.

딱 떠오르는 나의 페르소나 3가지를 나열해 봤다. 이 과정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게 됐다. 페르소나를 나열한 후 나는 그것을 ‘세분화’했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하며 사는가’, ‘나의 업은 무엇인가’를 바탕으로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를 끄집어낸다.


페르소나글쓰기이미지.png '페르소나 글쓰기' 특허출원번호 10-2021-0019579


페르소나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얻은 중요한 팁이 몇 가지 있다.

첫째, 페르소나를 나열하고 세분화할 땐 다양한 기준(직급, 직무, 직책, 사람과의 관계 등)을 다각도로 깊이 분석해야 하고, 둘째, 여기에서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소재를 추출할 땐 이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미리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라면 더 좋다는 것이다. 내 글이 다른 사람에게 가치 있다고 여겨진다면, 그것은 더 없는 글쓰기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가 평범해 보이거나 누구도 읽지 않는 글이라고 생각된다는 건 내가 나의 페르소나를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단 방증이다.

즉 나와의 대화가 더 필요하다. 나에 대한 사색이 더 필요한 순간이다. 이러한 과정 없이 하루에 글을 백 개 이상 써낸다 한들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국 의미 있는 글의 소재와 영감은 저 멀리 어딘가가 아닌 나의 페르소나로부터 왔음을 깨닫게 된다.


내 이야기로 충분하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나의 ‘업’은 무엇인지 깊이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평범한 걸 평범하게 쓰면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한다. 글쓰기가 주는 선물을 아직 뜯어보지 못한 것과 다름없다.


나를 깊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스스로가 생각하는 평범함에 갇히고 만다.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표현하거나, 평범한 것을 평범하지 않게 보려 노력하는 이유다. 나라는 존재와 내 일상엔 분명 반짝반짝 빛나는 의미들이 숨어 있을 것이다.


나와의 대화로부터 출발한 글쓰기를 꾸준히 유지하게 된다면, 평범한 것을 벗어나 더 소중한 것들을 알아차리는 삶 쓰기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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