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글쓰기의 시작은 정말 별것 아니지만 가장 창의적인 순간

by 스테르담
글쓰기의 시작은 정말 별것 아니지만
가장 창의적인 순간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그의 우상 스코세이지 감독 앞에서 이 말을 했을 때, 난 전율했다.

마침 보통 사람도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글로 써낼 수 있다는 걸 어떻게 표현하고 알릴까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저 말을 만들어냈으면 어땠을까 욕심을 내보지만, 그보다는 마틴 스코세이지로부터 이어져 봉준호 감독의 입으로 나올 때 더 많은 사람이 좋은 영향력을 얻어갈 수 있을 테니 나는 그것에 만족하기로 한다.


영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글쓰기와 전혀 관련 없던 내가 무작정 글쓰기를 시작하는 데 큰 영감을 준 감독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타란티노 감독이다. 그의 영화는 앞뒤가 맞지 않고, 맥락 없는 폭력과 쓸데없는 대사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처음엔 기피 대상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의 영화가 어쩌면 사람에 대해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의도된 B급은 저급한 게 아니라 오히려 고급진 역설이라는 걸 알고는 그의 영화에 푹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영화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고, 캘리포니아 맨해튼 비치에 있는 비디오테이프 가게의 점원으로 일하며 영화를 꿈꾸고 실행에 옮겼다는 게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이다.


그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Reservoir Dogs)〉을 보면 그의 ‘무근본’과 그로 인해 발산되는 ‘용기’를 볼 수 있다.

각 배우의 대사는 내용과 전혀 관련 없는 말들이 사방팔방으로 날아다니고, 심지어는 주변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영화 촬영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카메라 앵글에 잡힐 정도다. 어디서부터가 의도된 것이고, 어디까지가 의도되지 않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것들은 나에게 정말 큰 영감을 안겨줬다.


“사람들이 나에게 영화 학교에 갔냐고 물으면, 나는 그들에게 ‘아니, 나는 영화를 보러 갔다’고 말한다.”

-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우리 삶은 연극이나 영화와 같다고 말하지만, 맥락에 맞지 않는 정말 허무하거나 의미 없는 말과 행동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주인공이 되고 또 누군가의 인생에 조연이나 구경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영화를 배웠냐고 묻는 말에, “나는 영화를 보러 갔다”라고 말하는 그의 말을 글쓰기 앞에 주저하는 나에게 여러 번 대입하곤 했다.


그래서일까.

부족하지만 용기 있게 써온 글들이 나에겐 보물 같은 자산이 됐다. 배우지 못했다고 주저하기보단 나의 것들을 온전히 내어놓은 것이다. 감사하게도 그 글들은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고, 또 일부는 여러 권의 책이 됐다. 평범하고 바쁜 직장인인 내가 어떻게 그렇게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었고, 지금도 쓰고 있을까? 솔직히 나조차도 선뜻 믿기 힘든 그 과정을 돌아보니 결국 스코세이지와 타란티노 감독의 말이 겹쳐 떠올랐다. "아, 나는 가장 개인적인 것을 그저 계속해서 써 온 것이구나!"


실제로 그렇다.

주재원이어서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아야겠다고 써 내려 간 글, 젊은 후배들에게 남겨주기 위해 써 내려간 직장생활의 깨달음과 의미, 직장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찾아가는 여정과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내용을 담은 인문학 편지 등 모든 글은 나에게서 시작됐고 내 생각과 느낌 그리고 자아를 담은 이야기들이다. 그러니까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에 대해 주저하는 이에게 나의 이야기도 글이 되고, 팔리는 시대가 됐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글과 책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이유다.


누군가의 글이나 책을 보고 이런 것도 책이 돼 나온다거나, 내가 써도 이것보다 잘 쓰겠다고 생각하는 오만은 버린 지 오래다.

그들은 용기를 내어 그들의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를 세상에 내어 실천을 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나는 정말 나다운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 나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는 무엇일까?
- 무엇이 나를 기쁘거나 고통스럽게, 따분하고 지치게 만드는 걸까?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질 때 나는 기어이 개인적일 수 있고, 그저 그랬던 일상에서 글감을 찾아 나갈 수 있다.

이전의 나는 그저 무기력하게만 있을 뿐, 생각보다 스스로에게 잘 묻지 않았다. 묻지 않으니 대답이 나올 리가 없다.


나는 나의 가장 개인적인 것에 대해 묻는 걸 멈추지 않으려 한다.

매 순간 그 과정이 바로 글쓰기의 시작이 될 것이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가장 창의적인 글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시작은 참으로 별것 아니면서 가장 창의적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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