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아 자신을 바라봐야 할 때거든
직장인에게 아침의 알람 소리는 그다지 가볍지 않다.
눈꺼풀도 그렇고 마음도 가벼울 리 없다.
떠밀려 사는 것 같은 인생의 플롯은 월급쟁이에겐 숙명일지 모른다. 아니, 숙명이고 말고.
그럼에도 마음을 다잡아 본다.
월급쟁이라는 현실보다는 직업을 조명해본다.
그리고 그 직업(職業)에서 또다시 업(業)에 초점을 맞춰본다.
조금은 나아진다.
월급쟁이라는 처절하고 피동적인 존재가, 그나마 나의 업(業)을 규정하고 좀 더 적극적인 무언가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다.
이러한 고뇌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거울을 보며 양치를 하는 그 찰나의 시간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매일 반복된다. 괜찮음과 불편함, 회의와 자부심 그리고 무거움과 가벼운 마음의 교차가 찰나에 수천번이다.
나의 장래 희망은 월급쟁이가 아니었기에.
그래도 스스로의 사명감으로 마음을 다잡고 네덜란드 이곳에서 몇 날 되지 않는 햇살 가득한 아침 출근길을 달려 사무실로 향한다. 쌓여 있을 Pending 업무와 몰려올 도전적인 과제들. 앞이 그리 환하게 보이지 않는 장래에 대한 불안감은 또 역시 직장인의 숙명 이리라.
주재원의 신분으로, 한국과 현지 사이에서 양쪽을 다 책임져야 하는 중압감과 모든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발가벗겨진 채 무대 위에 서 있는듯한 그러한 숙명.
못내 다잡은 마음, 못내 도착한 사무실.
가장 친한 동료에게 습관적으로 그리고 의무적으로 웃으며 인사한다.
"How are you?"
목소리에 힘을 주어 인사한다. 상대에게 내가 힘들다는 것을 모르게.
"I'm fine thanks. And you?"라는 말을 기대한 나는 아주 잠시 넋을 놓았다.
그 친구의 대답은,
뭔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갑자기 애써 긍정적인 마음으로 출근한 내가 가식스럽게 느껴졌다.
그래 맞아.
오늘 하루는... 안 괜찮아도 괜찮아.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은 다이렉트 한 표현을 하는 더치 친구 덕분에 날아가버렸지만, 어째 조금은 더 솔직한 하루가 된 기분이다.
의식적이고 습관적으로 하는 인사 속에, 나는 내 감정을 숨기고 억누르려 했는지 모른다.
아침은 항상 기분 좋게 시작해야 하며, 월급쟁이이기에 힘든 몸과 마음은 직업을 가졌다는 그 자체로 감사하며 애써 웃음 지어야 한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지 않으면 왠지 내가 잘못한 것 같고. 활기차게 모든 상황을 밝게만 바라봐야 정답인 것 같다.
물론, 힘든 세상에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과 마음 가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가뜩이나 힘든 세상, 마음이라도 밝게 먹으면 안 되던 것도 되게 할 수 있고, 안되더라도 그리 속상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린 사람이기에.
감정이 있고, 감성이 있기에. 때론 있는 그대로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그것이 부정적이고, 슬프고, 지치고 어두운 것이라도.
설사 그것이 '안 괜찮은' 것이라도.
사람은 회의감을 느낄 때, 지치고 힘들 때, 우울할 때 그리고 무기력할 때 자신을 바라본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자신을 찬찬히 바라보라고 그렇게 힘들고 어두운지 모른다. 우리는.
애써 보내는 신호를, 긍정적이고 밝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우리는 그것을 애써 덮어버렸다.
시중에 나와 있는 긍정을 외치는 자기계발서를 보며, '난 왜 이렇게 긍정적이지 못할까?'라고 자책하면서.
가슴속 깊이, 지금 드는 회의감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또 무겁고 어두운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나 자신과 대화해야 한다. 그러한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지, 그리고 왜 오는지.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당장의 답이 보이지 않더라도 이러한 대화는 꾸준히 그리고 우리 삶이 그러한 신호를 보낼 때 마주해야 한다. 긍정이라는 가식으로 쉽게 포장하여 넘길 일이 아니다.
내가 나에게 솔직하지 못하면, 그리고 나와의 대화를 외면한다면.
우리의 삶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하루는, 그리고 어느 한 동안은.
우리는 '안 괜찮아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