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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18. 2022

글쓰기에 필요한 역량 -⑨후회-

후회는 반드시 글감이 된다. 후회를 '잘' 해야 하는 이유다.

'후회'는 과거를 향한
현재의 감정이다.


몸은 여기에 있지만, 기억과 마음은 지나간 시간에 머물러 있다.

머물러 있는 감정은 현재의 나를 요동하게 만든다.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그러했어야 했는데.


대부분의 후회는 이처럼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했어야 하거나,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들로 인해 오늘의 나는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후회'는 이전의 잘못을 깨닫고 뉘우친다는 뜻이다.

뒤늦게 깨우친다는 이 글자를 안고 살지 아니하는 사람은 없다. 저마다의 감정은 오늘에만 있는 게 아니다. 그때는 맞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틀리고, 지금 맞다고 생각되는 것이 과거엔 틀렸음을 알아채는 경우도 많다. 과거와 현재, 심지어는 미래를 오가며 우리네 후회라는 감정은 그렇게 동분서주한다.


후회는 반드시 글감이 된다!


'후회'를 좋지 않은 것으로 여기는 정서가 강하다.

마음이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불 킥'이란 단어도 후회를 밑바탕으로 한다. 가장 편하게 누워 잠을 청해야 하는 그 순간에, 이불을 걷어차게 만드는 그 후회의 힘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나에게도 후회는 피하고 싶은 무엇이었다.

후회는 자괴감을 동반하고, 자괴감은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쓰기를 하고 나서, 후회는 나에게 좋은 글감이 되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글쓰기는 머리로 쓰는 게 아니다. 감정으로 쓴다. 감정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다이어리에 할 일을 가득 적어 놓아도,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실천되지 않는다. 글쓰기를 시작하자고 생각해도, 결국 펜을 들게 만드는 건 어느 날 훅 하고 올라온 알 수 없는 마음의 힘이다.


후회를 잘해야 하는 이유!


글쓰기의 선물은 참으로 대단하다.

피하고 싶었던 후회란 감정을, 회피하지 않을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후회'를 '글감'으로 삼아야지 하는 순간, 그러한 용기는 발현된다.


후회란 말속엔 '뉘우침'이란 말이 있고, '뉘우침'은 곧 '깨달음'의 다른 말이 된다.

좋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고, 회피할 때. 나에겐 남는 게 없다. 그저 감정만 상하고, 이불 킥 한 시간만큼의 잠을 설칠 뿐이다.


이러한 '소비적 분노'를 '생산적 깨달음'으로 바꾸는데 좋은 수단이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는 분노를 깨달음으로 가공해준다. 후회란 불편한 감정을 소재로 삼고, 그것에 대해 써 내려가다 보면 나는 어느새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그 사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것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다시 만나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 그 안에서 나는 그 어떠한 '의미'를 발견해낼 수 있다.




후회를 '잘'하면, '글감'이 마구 생긴다.

후회는 글감이 된다. 그것도 아주 깊고 특별한. 그 누구도 내 후회를 대신해줄 수 없고, 그 누구도 내 후회의 깊이와 의미를 알지 못한다.


즉, '후회'는 내 고유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이제는 마구 후회하고자 한다.

두려움보다는 의미를 찾아내야겠다는 결연한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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