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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y 14. 2022

글의 종착지는 책과 조회수만이 아니다

'나'라는 종착지엔 생각보다 많은 선물이 쌓여 있다.

호르몬과 글쓰기의 상관관계


하루의 기분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건 모두 호르몬 탓이다.

기분이 그러해서 호르몬이 나오는 건지, 호르몬이 나와서 기분이 그러한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중요한 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는 호르몬의 노예라는 것이다. 간혹, 그것의 주인이 되어보자고 하지만 그것은 이내 오만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날씨 하나에도 휘둘리는 우리네는 그렇게 연약한 존재다.


호르몬의 힘은 참으로 무시할 수가 없어서, 그것은 글쓰기에도 적용된다.

글을 쓰자고 마음먹는 건 도파민의 영향이고, 조회수가 올라 글이 여기저기로 퍼지면 엔도르핀이 생성된다. 책이라도 나오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쳐 무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호르몬의 지속은 그리 길지가 않다.

아니,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다짐이 '작심삼일'이 아니라 '작심삼초'가 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글의 조회수가 올라가고 책이 나와서 기분 좋다가도, 오히려 그 이후로 글 하나를 못 쓰는 일이 더 많이 발생한다.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최고봉에서 브레이크 없이 내려오는 그 기분은 이내 공허함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조회수가 주는 쾌감


브런치에 알림이 뜬다.

조회수가 몇 천을 넘어 몇 만으로, 몇 만을 넘어 수십만으로 넘어갈 때 요동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아, 내 글이 드디어 인정받는구나.'
'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구나.'


문제는 들뜬 마음이 글쓰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더 많은 조회수를 노리는 글을 쓰려다가 한 글자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전의 글을 답습하여 또 한 번 조회수를 노리는 스스로를 알아채면 자괴감이 든다. 한껏 내 마음을 띄운 건 내 글이 아니라 조회수다. 좀 더 면밀히 말하자면, 조회수를 보고 분출된 호르몬이다. 그 쾌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이내 돌변한 마음은 '불쾌감'이 될 뿐이다.


글쓰기라는 행복 호르몬


도파민과 엔도르핀 그리고 아드레날린은 우리가 살아 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호르몬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과하면 해가 된다. 이 호르몬에 중독되어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비나 쇼핑, 약물에 기대는 사람들이 그렇다.


조회수에 연연하고, 책 내는데 골몰하던 내 모습을 돌아보면 그 사람들과 나는 다르지 않았다.

호르몬을 자극하여 나를 치켜세우려 했던 그 모습이 안쓰럽다. 말 그대로 호르몬의 노예였던 것이다.


그러나 내 목적을 글쓰기로 선회했을 때, 나는 보다 안정적인 호르몬을 얻게 되었다.

'세로토닌'은 통제와 조절 그리고 평정심을 이끌어 내어 종내에는 행복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데, 다른 호르몬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호르몬은 '지속감'을 준다는 것이다.


그것이 영원하진 않더라도, 잠시 잠깐을 영원처럼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행복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나는, 글을 씀으로써 이 느낌을 온전히 느끼고 지속한다.


글의 종착지는 조회수와 책만이 아니다


글을 쓰면 뭐가 남을까.

나는 단연코 '나'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내내 강조한다. 누군가를 붙들고라도 외치고 싶을 정도다.


글을 쓰면 남는 것은 '조회수'와 '책'인 줄만 알았던 그때에는 알지 못했다.

글쓰기의 목적이 '나 자신'을 발견하고 알아채고 화해해 나아간다는 걸 말이다. 이 당연한 진리를 알게 된 건, '조회수'와 '출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았을 때다.


오히려, 그것들에 대한 집착을 버렸을 때 나는 더 많은 것들을 얻었다.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나'를 '중심'에 뒀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호르몬에 좌우되는 게 아니라, 글을 씀으로써 행복 호르몬을 만드는 횟수가 더 많아진 것이다. 행복을 느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순간들을 한 번이라도 더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글쓰기의 선물은 참으로 놀랍다.

글을 쓰는 것은 '나'인걸 감안하면, 그 선물은 '나'로부터 온다는 것 또한 허투루 생각할 것이 아니다.


다시, 글의 종착지는 '나'여야 한다.

그 종착지엔 생각보다 많은 선물이 쌓여 있다.


'나'로부터 글쓰기는 시작된다는 깨달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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