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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y 23. 2022

글쓰기, 일요일은 쉽니다.

나머지 6일은 묵묵하고 꾸준히 내 이야기를 꺼내 놓으면서.

세상엔 거스를 수 없는 그 어떠한 법칙이 있다.

비워지면 채워지고, 채워지면 비워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 들고 있는 휴대폰을 떠올려보면 좋다. 휴대폰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충전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내 다시 충전을 해야 할 때가 온다. 요즘 대세가 되고 있는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충전의 정도와 빈도를 줄여 나가는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충전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은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것은 요원해 보인다.


채워지고 비워지는 것의 반복.

이것은 사람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조물주는 천지를 창조하다 7일째 되는 날 쉬면서 숨을 돌렸다.

조물주가 육체적으로 지쳐 쉬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은 사람들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한다. 유대인들은 안식년을 7년마다 행하고, 7번의 안식년이 되는 49년 이듬해를 희년이라 부른다. 50년마다의 희년을 맞으면 노예로 팔렸던 사람들은 노예에서 풀려나고 조상의 재산을 저당 잡혔던 사람들은 재산을 돌려받는다.


일종의 '포맷팅(Formatting: 초기화)' 개념이라고 봐도 좋다.

채워지고 비워지는 것의 반복 안에는 이처럼 '초기화'라는 개념이 있고, 이것은 사물과 사람 모두에게 적용되는 일종의 법칙인 것이다.


나는 이러한 개념과 법칙이 글쓰기에도 적용된다고 믿는다.

내어 놓는 글쓰기는 비움의 과정이고, 비우고 또 비우면 또 무언가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채우는 것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 없다. 살아가다 보면 희로애락이라는 인생의 농담에 우리는 울고 웃으며 알게 모르게 많은 것을 저장하고 쌓아 놓는다. 이러한 것들이 언제 어떻게 작용하고 폭발할지 모르니, 어쩌면 삶은 함정 투성이 일지 모른다.


그래서 포매팅이 필요하다.

한 번은 비우가 가야 하는 순간. 그래서 나는 꾸준히 글을 쓰자고 마음먹었지만, 일요일의 글쓰기는 기고 글 작성을 제외하곤 최소화하려 한다. 쉬면서 숨을 돌리기 위해서다. 가쁘게 사는 삶, 왜인지 모르지만 앞으로 뛰어야 하는 인생. 나 조차도 기다려 주지 않고 흘러가는 각박한 세상과 그 안의 나.


글 하나를 써 내려가며 조물주와 천지창조를 운운하는 게 가소로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개인은 미물 일지 몰라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나를 뺀 우주보다 무거운 존재가 바로 그 개인이다. 내가 없으면 우주도 없다. 더불어, 내 글은 나의 창조물이다. 그것의 미미함이나 위대함과는 상관없이, 없던 것이 생겨난 것이고 작가는 그 글을 조물 하는 것이므로, 수고 후에는 쉼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거스를 수 없는 법칙이란 걸, 신은 몸소 증명했다.


내 글은 내 창조물이며, 그것은 모여 내 세계관을 만들고 종내에는 나라는 우주를 완성시킬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일요일에 글쓰기를 쉬는 이유다.


꼭 일요일이 아니어도 좋다.

살아가는데 숨이 가쁠 때. 글쓰기조차 나를 힘들게 할 때. 나라는 사람에게 꽉 들어찬 힘겨운 것들을 밀어내고 싶을 때.


마치 천지를 창조하고 쉼을 갖는 절대자처럼.

그렇게 포매팅의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나머지 6일은 묵묵하고 꾸준히 내 이야기를 꺼내 놓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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