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마음을 글로 옮기며

한 글자 한 글자 쓰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에게로 다가간다.

by 스테르담

하루가 멀다 하고 마음은 소란하다.

이 세상 그 무엇이 내 마음과 같이 불안정할까. 그러하고 싶지 않아도 마음은 스스로 동요하거나, 외부의 자극으로 인해 한시라도 평온한 날이 없다.


소란한 마음은 물과 흙이 혼합된 물컵을 이리저리 흔드는 것과 같다.

삶은 혼탁해지고, 알 수 없는 부유물이 시야를 가린다. 혼탁함 속에서 시야가 가리어진 존재는 요동할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으면 두렵고, 깨끗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그게 삶이라면 더 그렇다.


마음이 소란할 때 나는 글을 쓴다.

잘 쓰려는 마음은 혼탁함 속으로 날려 버린다. 그 또한 소란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흙탕물이 깨끗해지려면 그 컵을 가만히 두고 기다려야 한다.

'동(動)'이 아니라 '정(停)'이다. 그게 필요한 시간이다. 글을 쓰려면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한다. 마음속 흙탕물을 진정시키기 위해, 내 몸이라는 컵을 가만히 두어야 한다. 글쓰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무언가 안정이 되는 느낌이다. 비로소 큰 한숨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나를 소란하게 만드는 건 다채롭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심지어는 알 수 없는 곳,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갈등과 마찰은 원하지 않아도 일어날 수밖에 없고, 내가 바라는 것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기 일쑤다.


그래서 그 소란함을 자음과 모음에 하나하나 담는다.

컵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물도 고요해진다. 이내, 흙과 물이 분리되기 시작한다. 서서히 무언가가 선명해진다. 무엇이 물이고, 무엇이 흙인지가 구분된다. 이 순간, 소란함 그 자체에 매몰되었던 생각과 마음이 다른 관점을 가지기 시작한다. 소란함의 이유가 남 탓이라 생각했지만, 나 또한 누군가에겐 남이라는 걸 그제야 깨닫는다.


흔들리는 건, 내 컵만이 아니다.

소란한 건, 내 마음만이 아니다.


글쓰기를 통해 내가 깨달은 건, 또 하나.

소란하지 않으려 하면 할수록 더욱더 소란해진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삶은 소란할 수밖에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고 더불어 어떻게 하면 더 잘 소란하고 더 잘 흔들릴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저 소란하고 그저 흔들리는 것과, 소란함 속에서 의미를 찾고 흔들림 속에서 가치를 일궈내는 것은 다르다.

그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얼마만큼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는지에서 온다고 나는 믿는다.


내 마음을 헤아리는 데 글쓰기만큼 좋은 게 없다.

삶은 소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도, 이왕 소란하다면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소리를 듣고 되새겨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것도 글쓰기의 선물이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글을 쓰는 것도,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즉, 글쓰기가 나를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글을 쓰는 내가 나 스스로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흙탕물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무엇이 물이고 무엇이 흙인지. 그 부유물들은 무엇이고, 잔잔함과 소란함을 오갈 때 내가 깨닫고 얻어야 하는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지를 헤아리기로 한다. 그것으로부터 아무것도 얻지 못하거나, 소란함을 인정하지 않는 마음이 오히려 나는 더 두렵다.


소란한 마음을 글로 옮기면 많은 것을 얻는다.

다시 소란해질 수 있는 용기. 소란함 속에서 깨닫는 나만의 통찰.


나는 오늘도 한 글자 한 글자 쓰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에게로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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