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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29. 2022

글쓰기가 '숨쉬기'인 이유

마음의 심장은 그것으로부터 산소를 얻고 뛴다.

'숨을 쉰다'라는 말은 중의적이다.

그 의미는 묵직함과 가벼운 것을 오간다. 숨 쉬지 않으면 생명을 이어갈 수 없다는 면에서 그 의미는 물리성을 초월하여 그 자체로 묵직하고 무겁다. 그러나 무언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을 두고 우리는 '숨만 쉬어도...'라는 관용어를 쓰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두고 '숨 쉬기 운동'을 한다고 표현한다.


그 중의성처럼 정말로 우리는 묵직함과 가벼움을 시시때때로 오간다.

공기가 부족한 상황에서의 숨은 생명을 존속해야 하는 우리네에게 절실한 것이지만, 재밌게도 지금 이 순간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다. 숨이 차거나 물속에서 허우적 댈 때나 그것을 인지하고 그 소중함을 떠올리는 것이다.


숨 쉬기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일상은 폄하되기 때문이다.

폄하된 일상은 삶의 많은 것을 무감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사람은 마음이 힘들고 고될 때 숨쉬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간혹, 삶이 너무 힘들 때 우리가 답답하다며 가슴을 치는 경우가 있다. 아마 몇 번은 경험해봤을 이 행동으로부터 알 수 있는 건, 아무리 공기가 많아도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수 있으며 그렇다면 숨쉬기란 건 우리 몸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삶에 무기력할 때 우리는 무언가 가슴 벅차거나 설레는 일을 찾아 나선다.

이 또한 숨쉬기와 연관이 되어 있다. 빨리 뛰는 심장은 결국 더 많은 산소를 받아들이기 위한 수단이지 과정이다. 답답한 방에 갇혀 있다가, 나가 뛰어보면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될 것이다. 가슴이 벅차 나가 뛰고 싶은 것인지, 뛰니까 가슴이 벅찬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숨 쉬는 그 자체를 인식하고 있다는 게, 삶에 있어선 더 큰 의미다.


그리하여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숨'을 쉬는 방법이 있다.

신체적이고 생물학적인, '코'로 쉬는 숨이 아니라 마음과 영혼 그리고 정신에도 필요한 숨. 답답한 마음에 충만한 산소를 제공하기 위해 사람들은 동분서주한다. 누군가는 사람에 기대고, 또 누군가는 영화에. 다른 누군가는 술이나 담배로 삶을 달래며 호흡한다. 어떤 것이 나쁘고, 어떤 것이 더 좋다 말할 수는 없다. 저마다의 숨쉬기 방법은 모두 존중되어야 한다.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내가 찾은 나만의 숨쉬기 방법은 바로 '글쓰기'다.

어두운 골방에 갇혀 있던 내 마음에, 산소가 희박한 어두컴컴한 심해에 가라앉아 있던 내 정신에 산소를 공급한 게 바로 '글쓰기'였기 때문이다.


글쓰기 또한 묵직함과 가벼움을 오간다.

그저 쓰면 된다는 가벼움으로 시작하지만, 어느새 무얼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묵직함에 직면한다. 조금씩 써 나아가는 그 과정에서는 이걸 해서 뭐하나...라는 회의감이라는 벽에 부딪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건, 글쓰기의 산소 농도는 꽤 짙다는 것이다.


숨은 생명체가 가진 숙명이다.

숨 쉬지 않는 생명체는 없다. 숨을 쉬어야 생명체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생명과 삶을 이어갈 수 있다.


나는 몸을 위해 코로 숨을 쉬고, 마음과 영혼을 위해 글로 숨을 쉰다.

그럼에도 난 일상이라는 무료함의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반복되는 삶이라는 구덩이에 빠지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러나 이젠, 그 구덩이에 빠지고 허우적대고 마침내 빠져나오는 그것조차 글쓰기로 승화한다. 숨 쉬는 방법을 알고 나니, 삶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가신다.


글쓰기는 내게 있어 숨이다.

마음의 심장은 그것으로부터 산소를 얻고 뛴다.


또 하나의 생명을 얻은 기분.

이것을 잊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나는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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