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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06. 2022

'나는 모르겠고'라 말하는 사람을 조심할 것

그 사람이 '나'일지라도.

그리 머리가 크지 않았던 신입 시절에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한 선배가 한 말이 뇌리에서 잊히질 않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렸던 나도 이 사람은 그리 크게 되지 못할 거란 걸 직감했다.


그 선배가 한 말은 바로.

"나는 모르겠고!!! (이걸 해야 하니) 네가 알아서 어떻게든 해봐"였다.


'나는 모르겠고...'란 말이 머리와 마음을 크게 울렸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매서운 겨울에 어찌할 바 모르는 아이를 옷을 벗겨 놓고 문 밖에 떠민 느낌이랄까. 이건 신입에게 배움을 주기 위해 스스로의 결정 능력을 종용한 게 아니라,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후배에게 떠미는 것이라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여차하여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자신은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다는 것도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난 후배 또는 유관 부서와 일할 때 이 말을 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또는 이런 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경계한다.


그 선배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에게 그 말을 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에이전시로부터 부당한 금품을 받은 것이 적발되어 하루아침에 소식이 끊겼다. 난 놀라지 않았다. 직장 생활엔 정답은 없지만, 무엇이 오답인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장은 협업과 갈등으로 돌아가는 곳이다.

각자의 목표와 KPI가 교집합이 되거나 상충하며, 변증법적 구조로 일이 진행된다.


진정한 실력은 이러한 목표가 상충될 때, 그것을 얼마나 잘 어루만지고 대처해 나아가느냐에서 드러난다.

무언가가 상충되는 대상을 두고, '나는 모르겠으니 알아서 맞춰 주세요!'라고 말하는 유관부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 우선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다. 쉽지 않은 대상이다. 무서운 대상은 아니다. 하찮아서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남을 더 잘 알아야 한다.

그 KPI와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을 보르고 어떻게 일을 진행시킬 수 있을까? 상대를 알아야 내가 무엇으로 상대를 설득할지를 가늠할 수가 있고, 그 과정에 내 업무 실력은 더디지만 종내에는 일취월장하게 된다.


나에게 '나는 모르겠고'란 말을 한 선배는 상사로부터 받은 일을 나에게 떠밀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 방법을 물어본 내게 던진 말이 기껏 그것이었던 것이다. 만약 그 선배가 자신도 모르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나에게 알려주려 했다면 아마도 그 과정에서 자신도 무언가를 깨우칠 수 있었을 것이다.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사람만큼 무서운 사람이 없다.

그러한 사람은 자신의 생각조차 없다. 생각도 없는데 대책도 없다. 자신보다 더 어린 후배에게 무언가 해줄 말이 없다는 건 그 밑천을 다 드러냈다는 것이고, 그래서 나는 그 선배가 오래가지 못할 거란 걸 직감했던 것이다.


선배든, 유관 부서든.

'나는 모르겠고...'라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 주의하기를.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혹시라도 나 자신이 그러한 말을 내뱉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금은 더 진지하게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나는 모르겠고...'라 말하는 그 순간.

생각보다 많은 것을 잃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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