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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11. 2022

글은 자신감으로 쓰는 게 아니다

작가는 글쓰기를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사람

작가는 글쓰기를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사람


글쓰기는 내게 있어 숨과 같다.

먹먹하고 막막했던 마음을 달래 준 건, 삶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있던 내게 다가온 '글쓰기'라는 산소였다. 생각해보면 그 힘들었던 순간에 글이 아닌 다른 어떤 걸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아찔하다. 정신을 몽롱하게 하거나 몸을 망치는 그 어떤 다른 것을 골랐다면, 아마도 나는 삶을 포기했을 수도 있었겠단 생각이 든다. 


그러나 글쓰기는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배워본 적도, 써 본 적도 없었기에. 무엇보다 글쓰기는 꾸준하게 해야 하는데, 꾸준함이란 말은 내 삶을 가장 열등하게 만드는 결핍 요소였으므로 글쓰기의 시작에 마음은 편치 않았다. 무얼 쓸까 한참을 고민하다, 몇 시간이고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시간이 반복되었던 기억이 난다.


속으로 생각했다.

내게 글쓰기의 재능이 있어, 책상에 앉자마자 글을 술술 써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막힘 없이 서론과 본론 그리고 결론을 구분하여 구성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 있게 글을 써 내려가는 나 자신을 상상하며 글쓰기 앞에서 자아는 쪼그라들곤 했다.


그러나 글쓰기를 하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많은 글을 썼지만, 어느 하나 자신 있게 써낸 글은 없다는 걸. 고로, 글은 자신감으로 쓰는 게 아니란 걸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그럼에도 내 글은 책이 되고, 콘텐츠가 되고, 누군가에게 영향력으로 남고 있다.


사람들은 대개 잘하는 것에 자신감을 내비친다.

새롭고 낯선 것을 잘 시도하려 하지 않는 마음은, 그것을 잘 모르거나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감이 없으니 흥미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그러하므로 우리가 삶에서 놓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 지를 돌이켜 보면, 자신감의 여하에 따르지 않고 가능한 많은 것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작가는 글쓰기를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다.

항상 잘 써지지 않는 글을 붙들고 자아와 시간, 그리고 감정과 엮여 씨름을 해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 분명 희열이 있고, 글쓰기의 고통보다 쓰지 않는 고통이 더 크다는 걸 이내 깨닫고 결국 한 자 한 자를 적어가는 것이다.


때로는, 세상과 사람에서 얻은 상처가 너무 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생각지도 못한 채 써 내려가기도 한다.

결국, 글은 자신감으로 쓰는 게 아니라 요동하는 우리네 마음으로 써 내려간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걸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단 생각이다.


글쓰기를 하는데 자신감 따위는 필요 없다.

오히려 자신감이 충만하거나 탄탄대로를 달릴 땐 글을 써야지란 생각을 하지 못한다.


어느 날 훅 올라온 글쓰기의 욕구는 내 마음에 자신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글쓰기는 나를 돌아보게 하는 아주 좋은 수단이므로.

앞만 보고 달리느라 나 자신은 저만치에 두고 온 것을 깨닫고, 다시금 스스로를 추스를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다시.

글은 자신감으로 쓰는 게 아니다.


글은 자아로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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