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인정을 거부하거나, 그리 바라지 않는다고 말할 사람은 없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조차도, 어쩌면 투정을 부려서라도 관심을 사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마음에 한 가득일 것이다.
이러한 욕구는 왜 생겨나는 것일까?
왜 관심받으려 하고, 인정받으려 하는 것일까?
이 질문의 종착지엔 바로 '존재'라는 개념이 있다.
사람은 존재하기 위해 존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을 한 시도 빼놓지 않고 숨 쉬고 있는 우리를 생각해보면 쉽다. 숨이 멎는 것에 대한 공포는 그 어떤 것보다도 크다. 숨이 멎으면 생명은 멈춘다. 생명이 멈춘다는 뜻은 바로 '존재'가 휘발된다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바로 '존재의 사라짐'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래서 사람은 무언가를 남기려 한다.
유형의 것이든, 무형의 것이든. 그래야 존재의 사라짐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이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인류 초기, 문자가 없던 시대에서 사람들은 그림이라도 그려 무언가를 남기려 했다. 문자가 형성된 후에는 기록은 계속 이어져왔다. 우리가 옛 시대의 역사를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는 이유다.
거창하게 볼 필요도 없다.
역사 안에 있는 개개인의 삶을 봐도 그렇다. 일기를 쓰는 것, 이름을 남기려는 것, 무언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싶다는 마음은 모두 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남기려는 발버둥들이다. 가슴 설레는 일을 찾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살아 숨 쉬는 것에 대한 동경과 경험은 간혹 우리가 숨 쉬고 있다는 걸 잊은 것에 대한 경종이다.
그 경종은 이내 우리에게 어떻게 든 무언가를 남기라고 종용한다.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개인의 역사다. 역사는 내가 태어남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살아 숨 쉬는 한 그것은 지속된다. 그러나, 숨을 거둘 때 그 역사는 끝을 맺는다. 그 끝을 인정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는 무어라도 남기려 발버둥 친다. 나이가 들고, 은퇴를 했을 때 사람들은 너도나도 책을 내려한다. 대필을 해서라도 남기려 하는 이야기들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