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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16. 2022

책은 마케팅으로 파는 게 아닙니다.

작가의 삶으로 팔아야 합니다.

첫 책이 출간되었을 때의 실망감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네덜란드에 주재원으로 살면서 누구보다 이 나라와 사람들에 대해서 잘 알아야겠다는 다짐으로 써 간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독보적인 콘텐츠였다. 네덜란드라는 작은 나라에 대해 이렇게 심도 있게 쓴 사람은 아직까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점에 가봐도, 네덜란드에 대한 이야기는 여행 안내서만 있을 뿐 그네들의 삶에 침투하여 세세하게 써낸 이야기는 없었다.


암스테르담 집들은 왜 기울어져 있는지.

정작 네덜란드엔 왜 더치페이와 더치커피가 없는지.

세계에서 가장 키 큰 사람들이 왜 작은 냉장고와 세탁기를 쓰는지 등.


하나하나의 의문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탄생한 내 이야기.

첫 책이기도 했고, 삶에 있어 이처럼 무언가에 빠져든 적이 없었기에 판매량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첫 책의 판매량은 기대에 한참을 못 미쳤다.

출판사가 그리 유명한 곳이 아니어서일까. 내 글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그제야 조급한 마음에 주위 사람들에게 영업(?)을 시작했다. 알리기도 많이 알렸고, 심지어는 책을 산 사람에겐 그보다 더 비싼 밥을 사주며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신통치 않았다. 지인이라 하더라도 그리 많이 사준 사람은 없으며, 나 또한 스스로 지쳐가고 있음을 느꼈다. 게다가, 주위 사람들은 내게 책의 내용이나 의도보다는 몇 권을 팔았고 얼마를 벌었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지인들에게 이제 그만 영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후 여러 권의 책을 내고 나서야 나는 다음 세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 내가 책을 팔아야 할 사람은 내 주위 사람이 아니다. 우물 밖 저 멀리 사람들이다.

둘째, 책은 마케팅으로 파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삶으로 파는 것이다.

셋째, 책을 내었다고 내 주위에 절대 알리지 말아야겠다.


책을 내면 주위 사람이 책을 많이 사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먼데 있는 무당이 용하다고. 내 일상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이들에게 내 이야기는 그리 매혹적이지 않다.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내 책은 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나는 책이 나와도 지인들에게 강매(?)를 하지 않는다.

사달라거나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는다. 내 글이 필요한 사람에게, 알아서 가 닿을 거라 생각한다. 저 멀리 있는 사람.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리하여 내가 하는 일은 이리저리 떠벌리는 게 아니라, 오늘도 글을 쓰는 것이다.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나를 알게 된 독자분들은 기꺼이 내 책을 구매한다. 마케팅이 아닌, 나의 꾸준함을 보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회사에 내가 '스테르담'이라 알린 걸 후회한다.

절대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다. 몇 권 더 팔아보자고, 월급 외의 파이프라인을 만들었다고 자랑했다가 받은 부정적인 피드백은 글쓰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나...라는 후회를 들게 할 정도로 컸다. 좋게 생각하는 사람은 극 소수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일 안 하고 딴짓한다고 결론짓기 때문이다. 본업에 충실하되, 부캐는 몰래 키워야 한다.


결론은, 책은 마케팅으로 파는 게 아니다.

마케팅은 출간 초기 몇 개월만 유효하다. 그 이후엔 작가 스스로 팔아야 한다.


작가 스스로 팔아야 한다는 의미는, 사람들을 붙잡고 영업을 하란 의미가 아니다.

계속 써야 한다. '작가라서 쓰는 게 아니라, 쓰니까 작가다'라고 말한 스스로의 말을 지켜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어느새 내 책을 한 권, 두권 더 찾아 읽게 된다.


다시, 책은 마케팅으로 파는 게 아니다.

작가의 삶으로 팔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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