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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22. 2022

[브랜딩] 아직까진 순한 맛을 지향합니다

언젠간, 더 많은 분이 제 진심과 글쓰기의 본질을 알아주실 거라 믿으며.

글쓰기를 시작한 후 저는 어느새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었습니다.

글이 책이 되고,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강연을 하고. 책과 강연을 넘어 또 다른 많은 기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글은 모든 콘텐츠의 기본이라는 걸 절실히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로 합니다. '글'이란 게 중요한 것 같지만, 사실 본질은 '글을 쓰는 나'입니다. 더 정확히 말해서 '나의 생각과 가치관'이 바로 본질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글'은 내 생각과 가치관을 표현하고 모으는 아주 훌륭한 도구인 셈이죠.


저는 선하고 강한 영향력을 지향합니다.

제 콘텐츠가 어느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말이죠. 이러한 '영향'과 '도움'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되어 돌아옵니다. '가치'를 제공하면, 그리고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지갑을 열게 되는 것이죠. 콘텐츠는 가치를 머금어야 하고, 가치를 머금은 콘텐츠는 돈이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작가로서 고민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돈을 더 버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선하기만 한 게 아니라 강한 영향력을 만든다는 건, 누군가에게 그마만큼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의미이니까요. 이러한 측면에서 돈을 더 많이 버는 게, 사람을 더 많이 모으는 것에 초점을 더 맞추어야 할까란 생각이 드는 겁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제가 음식점 사장이라고 하겠습니다. 모두의 건강을 위해 순한 맛의 음식을 메뉴로 선정합니다. 아시다시피 첨가물이나 조미료가 적은 음식이 몸에 더 좋습니다. 이것에 대한 가치를 아는 분들도 있고요. 그러나 정작 식당 문을 열면, 장사가 잘 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머리로는 순한 맛의 음식이 몸에 좋다는 걸 알지만, 입은 맵고 짜고 달달한 것들을 선택하고 마니까요. 그렇다면 저는 순한 음식에 조미료와 첨가물을 더 넣어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겁니다.


콘텐츠도 이와 같습니다.

소비되지 않는 콘텐츠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하려면 사람을 모아야 합니다. 가치를 어필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MSG를 가미해야 합니다.


저는 '글쓰기'를 본질로 삼습니다.

그러나 '글쓰기'보다 '책쓰기'를 내세울 때 모객이 더 잘 됩니다. 저는 글쓰기의 본질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책쓰기로 사람들을 모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봉착합니다. 사실, 어쩌면 이건 마케팅의 본질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마케팅은 결국 사람의 욕구를 자극하여 결국에 무언가를 사게끔 만드는 기술이니까요.


얼마 전엔 브런치 특별상을 수상하여 와디즈에 '인문학 글쓰기'를 펀딩 한 적이 있습니다.

제목을 '인문학 글쓰기'로 시작했다가, 광고를 해도 유입이 되지 않아 '스테르담과 글 쓰고 책 내고 작가 되기'라고 제목을 바꾸었습니다. 본질로 내세웠던 '스테르담 인문학 글쓰기 시크릿'은 부제가 되고 말았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펀딩률은 더 올라가 결국 1148%로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결국, '글쓰기'라는 본질을 알리려면 '출간'이나 '작가' 그리고 '경제적 파이프라인'이라는 실질적인 키워드를 붙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저는 출간과 강연 그리고 글 기고 등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수입을 창출했고, 지금도 그 기회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그 금액을 밝히고 그래서 글을 써야 한다면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게 될 겁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라고 생각하지만, 또 언젠간 그걸 내세워야 하지 않을까... 란 고민의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인문학 글쓰기'라는 순한 맛의 공고를 올리는 것보다, '1억 돈이 되는 글쓰기'라고 하면 더 효과적인 홍보가 될 게 뻔하니까요.


실제로, 본질보다 혹하는 무언가를 내세우는 분들이 많습니다.

누가 봐도 사기꾼처럼 보이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 되었건 (선한 영향력이든 그러하지 아니하든) 많은 사람이 모이고 영향력을 받고 또 누군가는 그것을 에너지로 삼아 삶의 전환점을 맞이한다는 겁니다. 대부분이 속아 넘어가도라도 말이죠. 그러함에도 저는 그분들의 기술과 실행을 인정합니다. 더불어, 이것이 바로 제가 갈팡질팡하는 지점이자 원인이기도 합니다.


미치지 않으려면 미쳐야 하고, 선하기 위해서는 악함도 포함해야 하는 현실.


저는 오늘도 고민합니다.

MSG를 쓰고 싶지 않지만, 써야 한다면 최소한을 쓰고 싶은데. 그 양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


분명한 건.

본질이 흐려지면 안 되기에.


그래서 전.

아직까지는.


순한 맛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언젠간, 더 많은 분이 제 진심과 글쓰기의 본질을 알아주실 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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