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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23. 2022

되고 안되고는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니까

결정하려 들지 않아야 오히려 무언가가 결정된다는 걸.

'하면 된다'라는 말에 대한 기대를 조금은 내려놓기로 했다.

그렇다고 이 말이 나쁘다거나 그 의미가 덜하다는 건 아니다. 여전히 이 말은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용기를 주고 있고, 무언가에 실패를 맛본 사람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지지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나 또한 그 기대를 조금 내려놓겠다는 것이지, 힘들 때 이 말을 외면하거나 읊지 않겠다는 말도 아니다.


무언가 스스로에게 잔뜩 취하여, 내가 가지고 있거나 해낸 것들이 모두 나 혼자 이룬 것이라 착각할 때가 있었다.

아마도 그때는 지금보다 한 살이라도 어린 과거의 순간이고, 지금에야 돌이켜볼 때 되고 안되고는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된 것이다. 물론, 무언가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삶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와 태도라는 것엔 이견이 없다. 다만 내가 무언가를 했으면 그것은 반드시 되어야 한다는 욕심을 내려놔야 한다는 말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무언가를 했을 때 이루어지는 적중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어릴 적 상대하던 세상과 지금의 그것은 천지 차이기 때문이다. 사실, 어릴 적 내가 무언가에 도전하던 그때를 돌이켜 보면 나는 혼자가 아니었고, 무언가 이미 이루어진 조건에서 시도한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내가 무언가를 도전해야 한다면, 그것은 냉정하고도 혹독하게 홀로 서 맞서야 하는 무엇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운'이라 말하기도 한다.

나도 그 표현에 동의한다. 더불어, '운'이란 다가가는 것이며, 또는 다가오는 것이기도 하다는 걸 잘 안다. 다른 사람들의 '운'은 참 쉽게 다가오는 것 같이 느껴진다. 반면, 내 '운'은 좇고 쫓아도 계속해서 멀어지는 저 하늘 위 달과 같다. 이러한 면에서 나는 운이 좋고, 다른 면에선 운이 좋지 않다. 그러나 이제 나는 좀 알겠다. '운'이란 받아들이는 자의 몫이란 걸.


고로, 다시 말하지만 되고 안되고는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누가 결정하는 것일까? 신? 하늘? 아무도, 그 어느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은 연약한 우리네 존재의 비약적이고도 자의적인 해석이다. 잘되면 운이 좋고, 아니라면 운이 나쁘다는 것도 그 현상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 '운'이란 말에 기댄 것이다.


나는 아직도 내 운명을 누가 결정하는 것인지 잘 모른다.

다만 이제 다시 생각하게 되는 건, 운명 '죽음'이란 큰 결정 속에 그 무엇도 '결정'되지 않은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의 하루하루라는 것이다. 지난날의 일상이 모여 오늘이 되었고, 오늘과 내일의 일상은 미래가 될 것이다. 내가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면, 그것에 가까워지려 노력하고. 그 노력을 다했을 때 묵묵히 결과를 기다리는 것. 나도, 그 누구도 결정할 수 없는 것의 변수는 우리 삶을 스펙터클 하게 만들어 나갈 것임에 틀림없다.


나에게 그 결정권이 없음에 나는 안도한다.

이는 피동적이고 수동적인 자포자기가 아니다.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서 벗어나고, 누군가 결정해줄 거란 의존심에 반항하는 지금의 내 마음 상태에서 오는 편안함이다.


현실은 부정해도 뒤바뀌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면 할수록 지금이라는 현실은 더 부정된다.

다만 바꿀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것은 내 관점과 마음이다.


되고 안되고는 내 결정 사항이 아니지만, 세상과 나 자신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건 내 결정 범위 안에 있다.

세상 모든 자기 계발서가 관점을 바꾸라고 말하는 이유이자, 자기 계발서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그 관점 바꾸기가 너무나도 어렵다는 방증이다.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되고 안되고를 결정하는 건 그 누구도, 그 어떤 것도 아니란 걸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면과 외면의 역학관계를 규명하여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 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 '결정' 여하에 따라, 되고 안 되는 것은 자연스럽게 증명될 것이기에.


결정하려 들지 않아야 오히려 무언가가 결정된다는 걸.

나는 이제야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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