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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19. 2022

충전의 시대

'충전의 시대'는 '방전의 시대'를 의미하기도 한다.

바야흐로 충전의 시대다.


충전을 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집을 나선다고 생각해보자. 길든, 짧든. 어딘가로 향하는 우리는 외출을 하는 그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충전이다. 휴대폰, 이어폰, 카메라 그리고 이동 수단인 자동차까지. 배터리가 그 한계를 드러낼까 보조 배터리를 위해선, 충전을 위한 충전을 해야 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왜 충전의 시대가 된 것일까?

배터리가 닳을 걸 불안해하면서도 굳이 배터리를 충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시작점은 불편으로부터의 자유다.

인류는 불편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여러 시도를 해왔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불편은 과거 더 큰 불편으로부터의 개선점이라 볼 수 있다. 배터리와 충전은 어떤 불편으로부터의 해방을 시도한 것일까? 그것은 '선(線)'이다. 유선으로부터의 자유. 휴대폰과 이어폰 그리고 카메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엔 TV와 모니터, 선풍기와 온열 제품 그리고 청소기 등도 유선으로부터의 자유에 동참하고 있다. 지금에야 그것들을 충전하는 게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유선으로 걸리적거리던 과거를 떠올려보면 진일보한 것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엔 자동차를 충전하는 트렌드가 대세다.

이것은 유선으로부터의 자유는 아니다. 자동차 충전의 핵심은 재미와 효율이다. 재미는 어렸을 적 우리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으로부터 유래한다. 배터리를 넣어 굴러가던 장난감이 현실이 되니 사람들은 열광하는 것이다. 전기 자동차의 시승기를 보면 이것은 이동수단이 아니라, 마치 어른들의 장난감처럼 다루어진다. 실제로 테슬라 자동차 안엔 게임 기능이 있어, 핸들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신난 아이처럼 자동차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더불어, 경유와 석유로 굴러가던 자동차의 매연과 배기가스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자는 의도, 그리고 좀 더 경제적인 비용을 추구하는 복합적 효율을 달성하려는 데에서도 이 트렌드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


충전이 필요한 존재는 따로 또 있다.


사실, 진정한 충전이 필요한 존재는 따로 있다.

바로 '사람'이다. 20년이 훨씬 더 지난 과거에, 나는 아이디어 공모전에 '사람 충전'이란 콘셉트로 입상을 한 적이 있다. 미래의 발명품에 관한 과제였는데, 내 두 발을 충전 단자에 올려놓고 외출 후 돌아오면 온 몸과 마음이 충전되는, 사람을 위한 충전기를 발명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우리 몸 어딘가에 충전 단자가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각자를 충전하는 방식이 있다.

신체와 정신은 배터리와 같이 소진되기 십상이고, 충전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신체적으론 음식과 잠을 통해 충전을 한다. 정신적으론 독서나 글쓰기, 명상과 같은 자기 계발을 통해 충전한다. 아마도 그것들을 잘 구조화해 놓는다면, 그것은 '충전기'의 모양새를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충전기가 꼭 기계 모양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우리 몸엔 그것과 연결되는 단자가 있어야 한다는 건 그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일 테니 말이다.


기계적인 충전기에서 한 차원 더 높이 생각한다면, 상상력을 더 발휘하거나 메타인지를 하게 된다면.

나는 저마다의 충전기를 만들어 놓고, 그 안으로 들어가 충분히 무언가를 가득 채워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의미 있는 방전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충전의 시대'는 '방전의 시대'를 의미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우리는 무엇으로 인해 방전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충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미 있는 방전을 하고 있는가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날은 휴대폰의 배터리가 갑자기 너무나 빨리 닳는 일이 있었다.

원인을 진단해보니, 쓸모없는 앱이 자동으로 구동되고 있었고 배터리의 대부분을 갉아먹고 있던 것이다. 그 앱을 지우고 나니 휴대폰의 배터리는 다시금 제 성능을 되찾았다.


우리 삶에도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충전을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기 전에, 무엇이 우리를 방전하게 하는 가를 돌아보면 이것 또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혹시, 감정 과잉으로 단순한 자극에도 폭발적으로 화를 내고 있는 건 아닌지. 일어나지 않은 일에 집착하고 걱정하며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정작 쏟아부어야 할 에너지를 짧은 동영상 보는데 다 소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는 '힐링'이나 '위로'라는 충전을 갈구한다.

그러나 그것은 대개 소비적인 경우가 많다. 힐링과 위로가 소비로부터 온다면, 나는 단언컨대 그 방전의 원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삶의 시스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오히려, 적재적소에 에너지를 쏟아부으면 '자가발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자기 계발이 그러하지 않은가. 무언가 내가 몰입하여, 내가 원하는 곳에 에너지를 쏟아붓고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면 그것은 방전이 아니라 더 큰 에너지가 발생한다.




다시, 충전의 시대다.

충전해야 할 무수한 것들이 있다.


충전이 필요한 사물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충전할 것인가를 돌아봐야 하고, 그전에 '나'는 무엇으로 인해 방전되고 있는지를 메타인지해야 한다. 


'나는 어디에 에너지를 쓰고 있는가'를 자문해야 한다.


나는 어디에, 무엇에, 누구에게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가.

내 방전의 원인과, 충전의 원천은 무엇인가. 자가발전을 통해 별도로 충전을 하지 않고도 에너지의 팽창을 얻을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사색과 글쓰기.

독서와 명상.

몰입과 실행.


나는 이것이, 충전을 넘어 자가발전을 가능케 하는 힘이라 믿는다.

이것이 누구에게나 정답은 아니다.


그리하여 나는 묻는다. 


(나와) 여러분의 충전기는 무엇인지. 

(나와) 여러분의 자가발전 원동력은 무엇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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