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Jul 15. 2022

전철 안의 모기

우리네 인생은 전철 안의 모기와 같다.

한 여름의 전철은 무더운 뙤약볕을 피하기 안성맞춤이다.

전철을 타기까지의 여정은 무수한 계단과 사람들의 북적거림으로 고단하지만, 전철문이 열려 안으로 들어서면 시원한 바람이 몸과 마음을 진정시킨다.


몸에 흐르던 땀이 증발하며 남기는 그 시원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개운함이다.

잠시 그 개운함을 즐기고 있는 사이. 나는 모기 한 마리를 보았다. 문 가까이에서 서성이는 그 모기는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까?


아마도 그 모기는 지하 어느 웅덩이에서 생명을 얻어 먹이를 찾아, 또는 시원함을 찾아왔을 것이다.

사실, 모기가 피를 먹는 건 배고파서가 아니다. 암컷이나 수컷 모두 평소에는 식물의 즙이나 과즙 또는 이슬을 먹고 산다. 그러다 산란철이 되면 암컷은 자신의 난자를 성숙시키기 위해 온혈 동물의 피를 빨아먹기 시작한다. 그 피안에 있는 철분과 단백질로 알의 성숙을 돕기 위함이다.


모기가 피를 한 번 빠는 양은 대략 자기 몸무게의 두 배 정도다.

배가 터질 정도로 피를 빨고 나면 몸이 무거워져 비틀 대거나 아예 날지 못하기도 한다. 우리 귀에 들리는 '웽~~~'하는 소리는 몸이 무거워진 모기의 힘겨운 날갯짓이다.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8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피 안의 단백질을 소화시키고, 밖으로 수분을 배출해 몸을 가볍게 하느라 벽이나 풀숲에 앉아 쉬기도 한다.


그 모기는 암컷일까, 수컷일까.

그 모기는 의도적으로 들어왔을까, 아니면 우연히 전철을 타게 된 것일까.

그 모기는 어느 역까지 가게 될까.


잠시 멍하니 모기를 바라보며 나는 물었다.

나는 누구이고, 여기에 왜 있으며, 삶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모기 한 마리에 떠오른 이 생각의 비약은 스스로를 골몰하게 했다.

한 여름의 더위도, 전철 안의 시원함도 잠시 잊었다.


내려야 할 곳에서 나는 내렸다.

모기는 그대로 안에 있었고, 아마도 나보다 몇 정거장은 더 갔을 테다.


잠시 스친 모기가 내게 준 질문을 다시 곱씹었다.

알 수 없었다. 질문은 있되, 대답은 없는 것이 인생이다. 그저, 저마다의 삶을 사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은 전철 안의 모기와 같다.

어쩌다, 나도 모르게 얻어 탄 삶이라는 전철은 쏜살같고 어디까지 갔을지, 모기의 끝은 알 수가 없다.


삶이 그렇지 뭐.

갑자기 '웽~~~'하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다.




[브런치 x 와디즈 수상] 인문학 글쓰기 & 출간 펀딩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나이 들어감의 미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