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뒤처진 나 자신에게 손 내밀어 주는 건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사람은 재미와 위로를 찾는 존재다.
압축하여 표현하자면 그 둘이 인생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두 단어에 내포된 것들은 헤아릴 수 없고, 즐거움과 슬픔으로 대변되는 우리네 인생을 잘 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재미와 위로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예술 작품 속엔 그 둘이 (둘 중 하나 또는 둘 다) 들어가지 아니한 것이 없고, 지금까지 내가 돈을 주고서라도 소비한 모든 것 안엔 재미 또는 위로가 들어있다. 즐거움과 기쁨을 표현하고 느끼기 위해,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삶은 참으로 복잡하면서도 단조롭다.
나에게 재미와 위로는 대개 소비적인 것으로부터 였다.
재미를 사기 위해, 위로를 사기 위해 나는 무언가를 지불하고 또 지불했다. 그러나 그 유효성과 지속성은 그리 길지 않았고, 나중엔 내가 추구하는 것들은 하나도 없고 그저 화폐만이 오감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고 나는 '소비' 그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소비는 생산을 전제로 하고, 생산은 소비라는 수요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니까. 오늘도 누군가는 소비를 함으로써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재미와 위로를 얻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재미와 위로를 찾기 위해 또 하나의 방법을 찾아내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글쓰기로 말이다. '글'이란 오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읽을 때와 쓸 때 모두 재미와 위로를 얻을 수 있다. 읽을 땐 다른 사람의 통찰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희열이 있고, 나와 같은 삶을 살거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위로를 얻는다. 책을 읽으며 우리가 밑줄을 긋는 이유다.
더 나아가 이제 내 이야기를 쓴다면 더 큰 재미와 위로를 얻을 수 있다.
꾸준히 글을 써 오면서 느낀 것인데, 나는 글쓰기를 통해 '위로'를 더 많이 받았다는 생각이다. 물론 글쓰기를 통해 일어나는 수많은 재미있는 일들도 의미가 있지만 그것은 모두 위로를 얻은 후의 것이므로, 나는 글쓰기의 순기능을 '위로'에 좀 더 무게를 두려 한다.
글을 읽고 마음이 편해졌다면 그것은 타인으로부터, 내 글을 쓰며 위로를 느꼈다면 그것은 자아로부터의 위로다.
방향의 여부를 떠나 그 둘의 공통점은 바로 '글'이다. 글을 통한 위로는 참으로 위대하다.
글을 읽는 것도 좋지만, 그것을 써 나가며 얻는 위로는 상상 이상으로 따뜻하다.
다른 이들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글을 쓰냐고 물으면 나는 스트레스받는 만큼, 마음이 힘든 만큼 글을 써낸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그렇다. 그렇게 내겐 글쓰기가 일상 속 위로가 된 것이다. 다른 소비를 하지 않아도, 오히려 내 이야기를 생산해가며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
글쓰기는 내 삶의 속도를 온전히 받아줄 수 있다.
세상의 속도는 자아를 저기 멀리 뒤에 놓고 올만큼 빠르다.
그러니 글쓰기는 나에게 위로가 아니 될 수 없다.
저 멀리 뒤처진 나 자신에게 손 내밀어 주는 건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