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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04. 2022

가족의 웃음소리가 나를 살린다.

아픔과 고됨 또한 나는 이기적으로 짊어지려 한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그래, 너희들 때문이었어!!! 내 삶이 힘든 건!!!"


국민송으로 불리는 이 노래를 패러디한 두 컷 짜리 유머 게시판 만화는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먼저, 작가의 창의력에 놀랐고 다음은 동심을 파괴하며 현실을 적나라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한 그 메시지에 놀랐다. 그것을 보고 처음엔 웃었으나, 스멀스멀 올라오는 입 안 어느 한 구석 쓰디쓴 맛에도 나는 놀랐다.


그러게.

내가 이렇게 힘든 건 가족들 때문일까?


일견 맞는 말이다.

가장이라는 무게는 지어본 자만이 안다. 가장은 나이를 불문한다.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는 현실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허투루 살아서는 가족을 건사할 수 없다. 하고 싶은 건 많아도, 해야 하는 걸 더 많이 해야 하는 운명이다. 자기 뜻과 엇박자 나는 세상의 괴리에 맞서야 하고,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 나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을 줄 알아야 한다. '어른'의 분기점은 결국 '책임' 여하에 따라 갈리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태생이 이기적인 존재다.

가족을 위해 사는 것 같지만,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면 내 마음은 매우 불편할 것이다. 그 불편한 마음을 회피하고, 더 좋은 마음을 얻기 위해 이토록 나는 뛰고 있는 것이다. 가장 이기적인 것이, 가장 이타적인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이 세상은 모두의 이기심으로 굴러가고 있다. 그리하여 어디에선 엇박자가, 또 어디에선 리듬이 되어 세상은 지옥과 천국을 오간다.


지치고 힘든 마음이 목까지 차오르고, 하고 싶은 일을 꾹꾹 눌러 해야 하는 일을 하다 보면 가장의 가면을 벗어던져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함에도 고된 마음이 무장해제가 되는 때가 있는데, 그건 바로 가족들의 웃음을 들을 때다. 항상 행복하거나, 항상 웃을 수 없지만. 힘든 시간이 아무리 쌓여도, 간혹 들리는 그 웃음소리는 나의 모든 걸 리셋시킨다. 그 웃음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한결 같이 나를 안정시킨다.


나는 사무실 책상에 가족사진을 놓지 않는다.

좀 더 이기적이기 위해서다. 가족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 산다는 걸 잊지 않기 위함이다. 나를 위한다는 것은, 가족을 잘 돌보는 나를 포함하는 것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직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의 요동을 가족들에게 (가족사진에게조차) 보이고 싶지 않다. 혹시라도 직장에서 인간적이지 못하거나, 내 능력의 한계를 시험당하는 일이 벌어졌을 때 가족사진을 본다면, 나는 눈물을 왈칵 쏟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아픔과 고됨 또한 나는 이기적으로 짊어지려 한다.

그리하여 나는 이타적이 될 수 있다.


그러다 너무 힘들면, 사력을 다해 가족들을 한 번 웃게 하면 된다.

가족의 웃음소리가 결국엔 나를 살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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