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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08. 2022

다른 집 냄새

'냄새'를 치환할 수많은 단어가 떠오른다.

어릴 적 친구 집이나 어느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하면 나는 그 냄새가 낯설게 느껴졌다.

신기한 건 그 각기 다른 냄새는, 나에게 그 집의 분위기와 삶을 어느 정도는 가늠하게 해 주었다. 엄격함과 곧음이 느껴지는 집, 활기차고 느슨함이 느껴지는 집 등. 그것의 이유를 규명하거나,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저 떠오로는 그 기분과 생각이 나는 싫지 않았다. 무언가를 판단한다기보단,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고 가늠하는 그 자체가 좋았으니까.


'냄새'란 뜻은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이다.

단어를 풀이한 그 자체에 '기운'이란 말이 있으니, 앞에서 내가 느낀 것들이 마냥 허무맹랑한 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궁금하다.

우리 가족이 아닌 어느 누군가가 우리 집에 온다면, 그 사람이 느끼는 기운은 무엇일까.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고, 또 어떤 상상을 하게 될까.


나는 내 집의 냄새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간혹 긴 여행을 마치고 집에 들어설 땐 평소에 알지 못했던 기운을 느끼기도 한다. 어렴풋한 그것에서 느끼는 건, 그래도 밝고 화사한 무엇이다. 내 바람이 강해서일까. 자의적인 해석일까. 그렇다면 그것이 맞는 냄새와 기운이란 걸 증명하기 위해, 내 삶도 그러해야 함을 다짐한다. 가족과 웃는 날이 많다면, 그 냄새를 만들어 낼 수 있을 테니까.


나는 '향기'만을 고집하진 않는다.

'향기'는 '냄새'의 범주에 속해있다. '악취'또한 마찬가지다. 가장 큰 개념은 '냄새'이며 그 안에 모든 것이 섞여있다. 표현할 수 없는 복합적인 기운이 모두 모여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되면, 비로소 '냄새'라는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다. 악취가 나는 곳에 인위적으로 향수를 뿌리면, 더 이상한 냄새로 변해버리는 걸 돌이켜본다면. 냄새는 향기와 악취를 아우르며, 자연스럽게 형성되어야 한다.


냄새를 받아들이는 몸과 마음.

냄새를 만들어내는 삶의 모습.


다른 집과 같은 낯선 냄새를 대할 때, 우리 집은 어떤 냄새와 기운을 만들어 낼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비단 '냄새'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갑자기, '냄새'를 치환할 수많은 단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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