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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12. 2022

귀사본능

돌아가야 할 곳은 다름 아닌 내 일.

햇살이 뜨겁다.

파도는 세다. 시간은 정지한 듯 여유롭다.


주위를 둘러본다.

가족들은 시원한 물에서 한 여름을 만끽하고 있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은 햇살 아래에서 피부를 그을리고 있다.


지상 낙원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이곳에서, 그런데 나는 불안함을 느낀다.

평화롭고 여유로운 이것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이 시간을 좀 더 손에 쥘 수 있을까 하는 간절함. 당장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나 스스로에게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거야?'란 질문을 던진다.


질문에 대한 답은 따로 없다.

그저 편치 않은 마음이 그 답을 대신한다.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해보자고 하지만,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유전자와 기질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휴가를 떠나온 지 3일째 되던 날의 내 마음.

나의 마음은 어느새 회사로 기울어져있던 것이다. '귀소본능'보다 더 강력한 '귀사본능'이 발동한 것이다. 왜일까? 왜 나는 이 강력한 '귀사본능'에 이끌리고 있는 걸까?


이것은 먹고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보다 가족이 우선이라는 시대이지만, 사실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집에서도 마음은 편치 않다. 일정의 급여를 받고 있는 존재라면, 아니 사업을 하든 자유롭게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이것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렇게 보면 '귀사본능'의 '사'자는 '모일 사'자가 아니라, '일 사'자임에 틀림없다.회사는 건물과 조직으로 이루어진 형체이고, 그 안에서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일'이니까. 돌아가고,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바로 '내 일'이다. 그것이 온전하지 않으면 내 마음은 편하지 않을 수밖에 없으니까.


이제는 '직업'에서 '업'을 구분해내야 하는 때다.

언젠가 내가 돌아갈 회사와 사무실은 없을 테고, 나는 내 일로 승부를 해야 할 것이다. 그 '일'은 곧  내 '업'이 될 것이고, '업'이 나를 또 다른 세계로 안내할 것이라 믿는다.


그리하여 지금은 내 일에 충실하며, 업을 만들어 가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직업과 일, 그리고 업.


뜨겁다 못해 따가운 햇살 아래.

조금은 여유롭게 고민하자면 눈을 지그시 감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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