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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20. 2022

파리 한 마리

나는 잠시나마 쉬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사무실에서.

나는 팀원들이 들고 온 전략기획을 함께 리뷰하고 있었다.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아지면서 미간을 찡그리는 일이 많은 요즘.

갑자기 파리 한 마리가 이마에 붙으려 해 손짓을 하며 쫓아내었다. 그런데, 이 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달려들었다. 다시 한 번 더 손짓을 하며 파리를 쫓으려 했고, 이러한 실랑이는 몇 번이고 되풀이되었다.


짜증이 났다.

파리가 약을 먹었나... 그렇다고 당장 어찌할 수 없는 이 상황이 싫었다. 나에게만 달려드는 파리가 야속하기도 했고, 약 오르기도 했다.


언젠가 경제 방송을 하는 스튜디오에 파리가 난입하여 방송 사고가 난 적이 있다.

생방송이었는데, 파리가 게스트의 이마에 붙어 있는 모습이 방송을 탔고 진행자가 '나라의 경제에 대해 말하는 이 시점에 파리가...'라며 서로 웃음이 터진 것이다. 


갑자기 그 장면이 떠오르며 피식하고 웃었다.

잠시 일어나 주위를 환기하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파리는 온데간데없었다.

아마도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있겠다 싶었다. 아니, 생각해보니 파리 한 마리로 인해 찡그렸던 미간이 펴졌으니. 다른 누군가에게 생각의 전환을 선사하러 간 걸까?


찡그린다고 해결될 것들은 그리 많지 않다.

찡그려서 망쳐지는 것이 더 많았다. 오히려.


파리 한 마리로 인한 짜증이, 다른 스트레스를 잊게 해 준 그 순간.

나는 참으로 연약하면서도 간사한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꼈다.


무언가에 골몰하거나, 풀리지 않는 일이 생기면 파리 한 마리가 다시 와주기를 바라야지... 란 생각까지 들었다.

아니면, 파리 한 마리로 초토화된 그 방송사고를 찾아보거나.


흔들리는 건 나뭇가지가 아니라 내 마음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하루였다.

파리 한 마리로 인해, 나는 잠시나마 쉬고 싶은 마음이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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