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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08. 2022

아이들이 스스로 손톱을 깎는데 왜 눈물이 나지?

금세 지나가 버릴 지금의 아이들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그날의 퇴근은 어느 다른 날보다 늦었다.

직장인의 바쁨은 대개 마감에 즈음하여 온다. 야근은 기본이고 한 달 치 이상의 스트레스를 얻어 받는 그 느낌은 직장인에겐 곤혹이다. 마감이 지난 후에 오는 잠시의 평안함이 때론 있긴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매달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은 이러한 시간들도 유한하다는 걸 상기하며 하루하루를 버티어내면 직장인의 삶이 그리 고단한 것만은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해내기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건사하기 위한 나의 선택임도 함께 떠올리면 더 도움이 된다.


퇴근길에 든 이러한 상념을 뒤로하고 나는 집 문을 열었다.

가족들은 저마다의 일로 분주하다. 그러나 일에 지쳐 돌아온 나에게 가족 모두는 따뜻한 인사를 건넨다.


인사를 하고 나선, 첫째와 둘째 녀석이 쪼그려 앉아 무얼 한다.

'딸깍'
'딸깍'


첫째는 손톱을, 둘째는 발톱을 깎고 있었다.

고사리만 한 손이 고사리 같은 손을, 고사리 같은 발이 고사리만 한 발을 이래저래 어르고 달래며 '딸깍'소리를 내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일까.

순간 마음이 울컥했다. 눈에는 살짝 물이 고였다.


중년을 이리도 티 내도 되는 걸까란 생각과 함께,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감정은 대체 뭐지?'


'나'라는 마음의 호수에, '왜'라는 돌을 던졌다.

마음을 음미한 나는 몇 가지 이유를 떠올렸다.


'이젠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이 하나둘씩 줄어들고 있구나.'

'어느샌가 내 도움 없이도 손톱을 깎아낼 수 있다는 걸 나는 모르고 있었구나.'


시간은 어느새 저만치 달아났고 달아나고 있으며 달아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직장 생활이 유한한 것처럼, 내 삶도 유한하다. 아이들은 어느새 자라 각자의 삶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아이들과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있을까?


'딸깍', '딸깍'이란 소리가 갑작스레 '째깍', '째깍'으로 들렸다.

어느새 자란 아이들을, 바쁜 시간 속에 알아봐 주지 못한 나에게.


나는 호통과 위로를 함께 보냈다.

더불어, 마감이 다가와도 아이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야지...라고 생각했다.


시간은 흐르고 있고, 흐르는 시간은 나에게 '지금'이라는 선물을 주었으니.

과거와 미래는 잠시 잊고 그렇게 나는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금세 지나가 버릴 지금의 아이들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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