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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11. 2022

시간이 남아돌아 글을 쓰는가?

오히려 모자란 결핍으로 글을 쓴다.

시간이 남아돌아 글을 쓰나 봐?

직장인이다 보니, 꾸준히 글을 쓰는 나에게 '시간이 남아도나 봐?'라고 묻는 누군가들이 있다.

안 그럴 것 같지만 정말 있다. 그들에게 나의 글쓰기는 '사치'로 보이고 있음에 틀림없다. 게다가 책까지 연달아 나오고 있으니 뭔가 딴생각을 하는 사람으로 몰기에 딱 좋다. 본업에서 업을 찾아 그것을 써 내려가고, 써 내려간 그것을 바탕으로 본업에 더 충실하고자 하는 내 의도는 온데간데없다. 


그러하니 나는 '저자는 독자의 해석을 뛰어넘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 

아무리 설명해도 그들에게 내 글쓰기의 가치는 안중에도 없고, 그저 사치로만 보일 테니 말이다.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글을 씁니다.
그래서 많이 씁니다.


직장에선 저마다 스스로가 제일 힘들다는 걸 어필해야 한다.

이것에 입각해, 그래서 난 글 쓰는 이유를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쓴다고 이야기한다.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누군가는 술을 마실 테고, 누군가는 골프를 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이렇게 이야기하면 그나마 시기와 질투 그리고 경계하는 눈빛들이 조금은 수그러진다. 직장에선 남들이 하는 걸 해야 하는데, 독특한 무언가를 하는 것에 대한 낯섦이 있기 마련이니까.


이제는 제법 분노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답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은 전적으로 글쓰기 덕분이다.

글쓰기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으니, 막말과 같은 질문의 함정에 빠지지 않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제는 그들의 무례한 질문을 글감으로 다루는 재주도 생기게 되었다.


그러게, 나는 정말 시간이 남아 글을 쓰는 것일까?

오히려 나는 내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무엇이 남아 돌기에
글을 쓰는가?


글쓰기는 고된 노동이다.

몸은 정적일지 몰라도, 감정과 생각은 요동해야 한다. 그러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또 남들이 말하는 대로 시간이 필요하다.


먹고사는 사투가 벌어지는 삶에 여유란 없다.

전쟁터에서의 고됨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적군의 침투로 인한 긴장에 기인한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누군가 나를 짓밟고 올라갈지 불안한 상황에서 어쩌면 글쓰기는 사치일 수도 있겠다 싶다. 


글쓰기를 시작하자고 마음먹었다가 잠시 넘어졌던 그때를 떠올려본다.

에너지도, 시간도 없었다. 사투를 벌인 후 퇴근한 나는 기력이 없었고, 시간이 남더라도 무언가를 할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시작한 건 꺼져가는 '나'라는 존재에 어떻게든 불씨를 지피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로, 글쓰기의 시작은 오히려 무언가가 남아돌아서가 아니라, 모자란 무엇에서였다고 보는 게 맞다.


글쓰기는, 시간이 남아서가 아니라 무언가가 모자란 '결핍'을 채우기 위함이다.




글쓰기는 시간이 남아 하는 움직임이 아니다.

시간을 만들어서,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해야 하는 나를 위한 '필수 의식'이다.


꺼져 가는 나를 찾고.

무엇이 모자란 지를 알고.

세상이 던지는 농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깊이 생각하고.


다시 말해, 글쓰기는 무언가가 남아돌아하게 되는 '사치'가 아니다.

그것은 나를 돌아보고 나를 살리는 '가치'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쓸 것이다.

내 숨이 붙어 있는 한. 나를 계속하여 의식하고 싶어 하는 한.


이것은 무엇이 남아돌아서가 아니라, 남아 있는 무언가를 쥐어짜서라도 해야 하는 의무이자 고귀한 과정이라고 나는 믿는다.


시간이 남아돌아 글을 쓰냐고 묻는 사람들도 글쓰기를 시작하면 좋겠다.

내면 깊은 글쓰기가 당장 힘들다면, 우선 남아도는 그 시간을 활용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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