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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25. 2022

15년 전 자기 계발서를 다시 읽으면 벌어지는 일

변한 건 나였다.

어지러운 마음은
방청소를 부른다.


오늘이 바로 그랬다.

그냥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뭐라도 정리해야 했다.


서랍을 열었다.

내게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류하고, 웬만한 건 버려야지...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것들이 다시 서랍으로 향한다. 무언가를 버리는 것이란 참 쉽지 않다. 오랜 시간을 쓰지 않았음에도, 언젠가 필요할지 모른다는 마음은 쉽사리 그것을 쓰레기통으로 가져가지 못하게 한다. 또는, 쓸모없는 물건이라도 기억과 추억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면, 그것은 버려지지 않는다.


큰 마음을 먹고 서랍을 뒤집어엎었는데, 나는 그것들을 고스란히 담아 다시 서랍을 닫는다.


다음은 책이다.


켜켜이 쌓인 책들을 늘어놓고, 읽은 것과 읽을 것을 구분한다.

이 책들은 다 어디서 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러나 제목들을 훑어보니, 아마도 그때의 나는 제목이 말하고 있는 것을 간절히 바랐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필요한 책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리거나 나눔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서랍 청소처럼 나는 다시금 책을 하나하나 도로 꽂기 시작했다. 언젠 다시 읽을지 몰라서.


그러다 문득, 한 번 읽었던 자기 계발서가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 15년 전 서점에서 직접 구매한 책. 책을 들어 정 가운데를 펼쳤다. 문장 하나가 눈에 들어오고, 책을 샀을 때의 지금보다 어렸던 내가 떠오르고. 그때의 다짐들이 어렴풋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아직도 사방에 책이 널브러진 방 한가운데에서.

나는 주저앉아 책의 처음을 펼치고 다시 그 한 장 한 장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15년 전 자기 계발서를
다시 읽으면 벌어지는 일


책을 읽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고백하자면, 당시 책을 구매했을 땐 분명 시큰둥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 정도의 다짐과 결심을 하게 만든 책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책의 내용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후 다시 읽으니 모든 내용이 새로웠다.

자기 계발서는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관점을 바꾸라'는 것이 그것이다. 세월이 흐른 후, 내 관점은 바뀌어 있었다. 그러니, 15년이 지난 후에야 나는 그 책을 읽으며 그때보다 더 고개를 많이 끄덕인 것이다.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어 읽으니 나에겐 낯설고도 신기한 마음이 들어찼다.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첫째, 과거의 나를 조우한다.


'오늘의 나'는 '과거 나 자신'의 누적이다.

누적된 '나'라는 기억 속에서, 그 책을 골라 들었던 '나'를 콕 집어 기억을 해본다. 아마도 그때의 나는 무언가에 대한 믿음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 같다. 종교에서도, 나 자신에게서도 찾을 수 없던 그것을 찾아 방황하던 과거의 나를 조우하게 된 것이다.


잊고 있던 과거의 나를 만난다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다.

그때의 방황이 지금 나에겐 어떤 의미인지, 역사를 보며 인류가 발전하듯 나는 그렇게 과거의 나로부터 많은 것을 찾아내고 배우고 깨닫는다.


둘째, 지금의 내 마음 상태를 의식한다.


다시 이 책을 만난 건 순전히 우연일까?

과거의 내가 책을 집어 들었다면, 어쩐지 이번엔 책이 나에게로 온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삶엔 복습이 필요해.'라며 책이 나에게 말을 건 것 아닐까.

잠시 책을 펼쳤을 때, 이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어 봐야겠다는 마음이 훅 하고 올라왔다. 마음 어딘가에 있는 예민한 귀가, 아마도 책이 건넨 질문을 들었을 것이다.


지금의 내 마음을 돌아본다.

아마도 지금의 내 마음도 무언가에 대한 믿음이나 확신이 필요한 게 아닐까?


무엇이 그리바빴는지, 이제야 나는 내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다.


셋째, 관점의 변화를 의식한다.


그땐 동조하지 못하고, 그땐 이해하지 못했던 책 안의 이야기들.

왜 15년이 흐른 후에야 나는 이토록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자기 계발서 불패를 믿는다.

관점을 바꾸라는 진리는 너무 뻔하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거나 나이가 들면 그것을 뼈저리게 체험하게 된다. 때론, 진작 관점을 바꿀 걸... 그걸 미리 알았더라면... 이란 후회를 하기도 한다.


세월의 흐름 속에,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맞이해야 했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었다고 흔히들 말하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페르소나가 수없이 바뀌고, 그 종류가 더 많아졌다. 원하든 원치 않든 받아 든 그 역할을 오가며 나는 넘어지기도 하고 성장하기도 한 것이다.


분명한 건, 그럼에도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바라본 책의 내용은, 그 모든 게 맞았다. 더불어, 내가 지금 잊고 있는 것들을 다시금 떠올리게도 해주었다.




책은 그대로였다.

조금 낡고, 종이 색이 바랬을 뿐. 맨 뒤에 적힌 책 가격도 그대로였고, 인쇄된 활자들도 그대로였다.


그러나 변한 건 나였다.

그 책을 읽어서 변했던 것일까? 아니면, 몸소 체험하며 변한 것일까?


세상을 바라보는 내 관점은 왜 이리 바뀐 것일까?


예전엔 살면서 흔들리는 나를 바라보는 게 정말 싫었다.

그러나 불필요한 것이 나가떨어지려면 마음껏 흔들려봐야 한다는 선배의 말을 듣고는 관점이 180도 바뀐 기억이 있다.


그렇게 흔들려보니, 더 많은 것을 수용할 수 있었고 그것들을 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포용은 나를 자유롭게 했다. 이전엔 느낄 수 없던 것들이었다.


아마도 나는 수용하고 포용하는 법을 다시 잊어 갔는지 모른다.

서랍 속 버리지 못하는 쓸모없는 물건처럼, 없애고 싶으나 없애지 못하는 좋지 않은 습관을 잔뜩 품고.


그러하니, 15년이 지난 지금에 그 책은 나에게 온 것이 아닐까.


나는 다시 허물을 벗어내기로 했다.

무엇에 사로 잡혀 있는지, 무엇을 흔들어 떨어내야 하는지를 생각하기로 했다.


15년 만에 다시 읽은 책의 밑줄 그은 부분을 하나하나 필사했다.

몇십 년이 지나도, 지금의 이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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