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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15. 2022

일상이 나를 버리더라도

끝내 일상은 또 다른 하루를 내게 배송할 것이다.

교통사고에 휘말린 적이 있다.

이후에 내 삶은 원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때 알았다.

일상이 이토록 소중하고 위로가 된다는 것을.


내게 일상은 따분함 그 자체였다.

무언가가 급박하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에 나는 '운'을 운운했고,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과 오늘과 다르지 않을 내일을 한탄하며 '희망'을 운운하곤 했다. 일상은 마치 지루한 롱테이크 컷과 같다. 편집되지 않는 하루는 내게 그토록 지겨운 것이었다.


먹고 싶은 것만 골라 먹고, 좋은 시간만 누리겠다는 마음.

매일이 특별하거나, 아니면 일상 속에서 특별한 것들만을 취하고 싶다는 그 마음은 일상을 벗어난 후에야 그것이 너무나 유아적인 바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일상을 외면하고 싶었다.

왜 이렇게 귀찮게 나를 쫓아다니느냐며 성을 내기도 했다.


일상은 그렇게 내가 버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한 사건에 휘말렸을 때. 그리고 마침내 일상에서 벗어났을 때.


왜 나를 버렸느냐며, 나는 오히려 일상에게 따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 바람은, 죽도록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일상에게서 무언가를 받고만 싶었던 것 같다.

하늘에서 좋은 일들이 우수수 떨어지기를 바랐고, 그렇지 않다면 나는 일상을 한탄하거나 그것을 저급하게 취급해도 된다는 왠지 모를 정당함을 내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일상과의 부조리를 겪은 후 나는 무언가를 좀 더 잘 알게 되었다.


나는 일상을 버릴 수 없다는 것.

일상은 나를 버릴 수 있다는 것.

일상엔 무언가 바랄 게 없다는 것.

무언가는 내가 일상에서 찾아내야 한다는 것.


삶은 숨은 그림 찾기와도 같다.

일상 속에서 그 어떤 의미를 찾아내면 그것은 너무나 특별한 것이 된다. 일상은 그러한 의미를 꼭꼭 숨겨 두었다.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하는 내게 일어난 교통사고는 일상을 달리 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일상이 지겨워 버리고 싶다는 자만은, 일상이 나를 버릴지도 모른다는 경외로 바뀐 지 오래다.


그러나 일상이 나를 버리더라도, 끝내 일상은 또 다른 하루를 내게 배송할 것이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란 걸 (일상이 나를 버릴지라도) 잊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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