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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29. 2022

자꾸만 거창함을 쓰려는 망상

글을 쓰는 내가 거창한 것이다.

글쓰기의 가장 큰 적


글쓰기를 하다 보면 초심은 온데간데없고 망상만이 가득할 때가 있다.

'망상'은 '이치에 맞지 않는 허황된 생각'을 말한다. 이치를 벗어나면서까지 허황된 이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나에게서다.

그 누가 봐주지 않더라도, 누가 뭐래도, 대단한 걸 쓰지 않더라도 시작이라도 해야지... 했던 초심을 잊은 나로부터 말이다.


글쓰기는 매우 쉽다.


그저 내가 쓰기만 하면 된다.

이미 데이터 저장소는 꽉 차 있다. 내 삶과 경험 그리고 이제까지 느낀 감정을 열거하자면, 죽도록 다 써도 쓰지 못할 것이다.


옷이 한가득한 옷장을 열어 입을 옷이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나는 그 글감들 앞에 주저한다. 예전엔 무슨 옷을 입어도 기분이 좋았고, 내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무엇도 몸에 들어맞지 않는다. 아니, 마음에 들어차지 않는 그것이 그 모든 옷을 부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글쓰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글쓰기의 가장 큰 적은, 그렇게 일상의 나를 부정하도록 만든다.


거창함을 쓰려는 망상


그러나 어느 정도 글을 쓰고 나니, 나는 이 망상의 실체를 알게 된다.

그것은 '거창함'에 기인한다. 무언가 대단한 걸 써야 한다는 이 생각은, 내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잊게 한다. 더불어, 자아 검열관은 더 큰 권력을 쥐게 되고 무어라도 써 내려했던 내 결심을 무참히 짓밟는다.


거창한 것을 쓰지 않으면 내 글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

거창해지지 않을 거라면 그것이 무슨 의미냐라는 타박.


망상은 망상을 먹고 자라고, 자라난 망상은 온몸과 마음으로 빠르게 번진다.


그렇다면, 나는 왜 '거창함'을 쓰려고 하는 것일까?

왜 초심을 잃고 기어이 글쓰기는 멈추게 되는 것일까?


거창함을 들이밀면 인정받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다.

망상하는 그 '거창함' 속엔 '나'가 없다.


글을 쓰는 내가 거창한 것이다.


이러할 때 나는 '거창함'이란 단어를 떼어, 글감이 아니라 나에게 갖다 붙인다.

주제가 거창해야, 대단한 문장을 구사해야 글쓰기가 이어질 거란 망상을 잠시 내려놓으면 그렇게 할 수 있다. 무엇 하나라도 나를 위해 적어내려 가려는 그것은 얼마나 갸륵한 행위인가. 내 안을 보지 않고, 밖에서 글의 소재를 찾으려는 나의 거만함이 나를 뺀 모든 것을 거창하게 만드는 것이다.


글을 쓰고 있다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본질'은 글쓰기가 아닌 '글을 쓰는 나'라는 것. 더불어, 글쓰기의 소재는 유한하지 않으며 그저 유한한 것은 내 편협한 생각과 마음이라는 것.


주변을 자꾸만 거창하게 만들며 스스로를 쪼그라뜨리는 그 습관을 줄여야 한다.

없앴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너무 거창해진다면, 겸손을 위해서라도 나는 작아질 줄 알아야 하기에.


그러나 이 반복의 동요 속에, 나는 작아졌다 커졌다를 반복하며 삶의 진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자꾸만 거창함을 쓰려는 망상 또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어쨌든 나는 무언가를 쓰고 있는다는 것이고, 쓰고 있다면 '자신'을 마주할 기회는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기에.


'거창함'을 적재적소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는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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