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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21. 2022

케이블카가 복지인 나라

관광이 아닌 또 다른 의미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케이블카?


멕시코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은 멕시코 시티에 왔다면 꼭 가봐야 하는 명소다.

아즈텍 문명이 만든 거대한 피라미드를 볼 수 있는 곳인데,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그 결이 달라 오히려 더 매력적이다. 이곳은 멕시코 시티 북동쪽에 위치해있는데, 차량으로 이동하면 그 거리가 약 60km에 이르고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면 갈 수 있어 근접성이 좋다.


그런데 테오티우아칸을 가는 길에 보면 에카테펙(Ecatepec de Morelos) 도시 지역의 도로를 지나는데, 그곳엔 도시와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가 있다.

흔히 케이블카는 관광 명소에 위치해 있거나, 어느 도시나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거대한 산봉우리가 있어야 하는데 운전하는 내내 주위를 둘러봐도 그러한 것은 없다. 


에카테펙 근처를 지나면 보이는 케이블카


그렇다면 이 케이블카는 무엇일까? 

알록달록한 차량의 색을 볼 때 그것은 매우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하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의아함을 지우지 않고선 시도하기가 어렵다.


에카테펙은 멕시코주의 도시로 멕시코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그러나 꽤 위험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적으로 이곳은 도시계획이 없었고 주택 단위의 혼란스러운 성장을 거듭하다 보니 인프라 부족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게다가 식수문제부터 쓰레기 수거 등의 문제가 불거졌고, 그러다 보니 공공의 불안정과 조직범죄가 만연한 곳이 되었다. 자연스레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었고, 집 값을 아끼기 위해 언덕을 넘어 산 중턱 위에 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에카테펙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내로 일하러 간다.

빈민가와 같은 동네를 지나는 간선도로의 교통체증은 악명이 높다. 단 몇 km를 가는데 한 시간 이상은 기본이다. 약 3만 명의 사람들이 출퇴근을 하는데, 만약 이 사람들이 어느 한순간 몰린다면 그 교통체증은 아포칼립스를 방불케 할 것이 뻔했다.


이에 멕시코 정부는 통 큰 결심을 하게 된다.

2016년 최초의 공공 케이블카인 멕시커블(Mexicable)을 건설한 것이다. 시작은 3마일 거리의 7개 정거장. 184대의 차량과 각각 10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어 시간당 약 3천 명, 하루 약 3만 명을 실어 나른다. 비용은 약 9페소로 우리 돈 540원 정도다. 덕분에 1시간 거리의 통근 시간이 17분으로 줄었다.

이 통크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결단은 출퇴근을 오갈 때 발생하던 차량 강도나 먼 길을 걷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범죄를 크게 줄였다. 범죄가 줄어들고, 또 범죄를 교화하자는 차원에서 유명 예술가들이 에카테펙의 집과 벽에 예술 작품을 그려놨는데 이것은 케이블카를 타고 가며 감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되었다. 더불어 이 케이블카는 태양광을 이용하여 운영하기 때문에 대도시 오염 감축에 큰 기여를 하고 있기도 하다.


케이블카는 '관광'의 상징이다.

볼거리를 위해 사람이 만든 높이의 구조물이다. 지나다 그것을 보면 주변이 관광지일 것이라 생각하는 게 이상하지가 않다. 그러나, 케이블카란 낯설지 않은 사물과 주변이 관광지가 아니라는 낯선 조합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러한 때엔, 십중팔구 낯선 것이 낯설지 않은 것을 일축한다.


결론적으로, 그 케이블카는 '관광'이 아니라 '복지'인 것이다.


케이블카가 복지라니.

알록달록한 케이블카와 아래 내려다보이는 예술적인 벽화라니.


겉으로 보면 낭만적이지 모르겠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것은 위험한 곳에서 피어오른 한 송이 꽃과 같은 의미다.

멀리서만 봤기 때문에 케이블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애환을 나는 알지 못한다. 더불어, 조금이라도 정화가 필요해 벽에 그림을 그려야 하는 그 도시의 위험도 나는 알지 못한다.


그저, 나는 그 케이블카가 별 탈 없이 잘 운행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더불어, 케이블카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과 관점이 생겼음을 그저 감사해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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