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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19. 2022

멕시코 인터스텔라 도서관 (바스콘셀로스)

STAY!!!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인 쿠퍼는 딸에게 중력 방정식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시공간을 초월해 알려준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블랙홀로 들어가 고차원에서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책장을 통해 신호를 보내던 유령이라 불리던 존재가 바로 그 자신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인터스텔라의 백미라 일컬을 수 있는 이 장면은 어느 한 도서관을 모티브로 했다.

그 도서관의 디자인이 너무나 독특한 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것을 그대로 영화의 한 장면으로 사용하고 싶었을 것이란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책장 뒤에서 자신과 달에게 소리치던 쿠퍼의 모습은 우주의 법칙을 초월한 사랑의 아이콘으로 강렬하게 우리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인터스텔라 속 5차원 세계인 테서렉트


인터스텔라 도서관?
바스콘셀로스(Biblioteca Vasconcelos)!


인터스텔라로 유명세를 탄 이 도서관의 이름은 바로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이다.

스페인어로 'Biblioteca'는 도서관을 뜻하고, 'Vasconcelos'는 멕시코 전 대통령의 이름이다. 그는 철학자이자 교육자였고 본명은 'José Vasconcelos'다.


이 도서관은 구도심에서 조금은 벗어난 외곽에 자리 잡고 있다.

교통을 이용한다면 부에나비스타 역에서 내리면 되고, 차로 간다면 중앙광인 소칼로에서 약 2.5km 정도를 더 가면 된다.


도서관 설립 프로젝트팀은 2003년 500여 명이 넘는 건축 공모 지원자들을 심사했다.

마침내. 알베르토 칼라하(Alberto Kalach)가 이끄는 팀에 의해 이 도서관은 완성이 되었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책장 선반은 비정형으로 확장되어 57만 5천 권의 책을 머금고 있다.


도서관의 외양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정문으로 통하는 곳에 인도를 가로질러 향하는 주차장이 있을 뿐. 이곳이 영화 속 그곳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 특별하지 않은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외관


책을 실은 방주


알베르토 칼라하는 자신의 디자인을 '책을 실은 방주'라고 표현했다.

도서관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그 말은 확연히 이해가 된다. 왠지 이 책들을 싣고 어디론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것과 같은 느낌. '어디론가'는 인류의 지식을 보존하기 위한, 다음의 행성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 그 상상에 살짝 웃음이 났다.


왠지 움직이는 것과 같은 책장 선반들


도서관이 지어질 당시, 비센테 폭스(Vicente Fox) 대통령 정부는 이 도서관에 큰돈을 지출했다.

멕시코 언론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사용한 이 도서관을 '메가 비블리오테카(Megabiblioteca)'라고 비꼬기도 했는데, 역사는 그것을 해석하는 자의 몫임을 감안할 때 이것은 '지출'이 아닌 '투자'였다고 해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에 들어서는 순간, 그 디자인에 압도당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메가 비블리오테카'라고 비꼬은 그 누구조차도.



멕시코의 막대한 인구는 막대한 문학 인구


바스콘 셀로스 도서관의 모토는 멕시코 사람들의 성장을 갈구하는 듯하다.

멕시코 국민의 연간 독서량은 책 반 권이 채 되지 않는다. 미국 79.2권, 프랑스 70.8권. OECD 최하위권을 자리하고 있는 우리네 4.5권(2002년 문화체육 관광부 발표 성인 기준)에 비해서도 작다.


그러니, 예산 지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무리는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시 말해 '투자'다. 많지 않아도 이곳에 앉아 책을 꺼내어 읽는 사람이 단 몇 명이라도 있다면. 이것은 투자 대비 효용성을 계산할 필요가 없는 미래를 향한 가능성의 씨앗인 것이다.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나는 아이들과 전날 밤 인터스텔라를 다시 보았다.


이해되지 않던 것들이, 조금은 더 이해가 되는 시간.

영화도, 책도. 그리고 삶도. 단 한 번으론 이해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우리는 시공간에 갇혀 살고 있다.

그것을 벗어나는 건, 오로지 책이나 영화 속 상상력의 힘일 것이다.


그러나 또 하나.

냉철하리만큼 차가운 이성의 소유자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결국 영화 속 대사로 '사랑은 시공을 추월하지요.'란 말을 사용했다. 시공을 초월할 수 있는 건 '사랑'이란 것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 '사랑'의 위대함을 나타내어주는 고차원의 장소.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어쩐지, 차갑게 조립된 철제 선반에서 온기가 느껴졌던 건 그 장면에 몰입했던 내 착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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