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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21. 2022

멕시코 인생 타코 집을 공개하라고 한다면

나만 알고 싶지만...

멕시코의 소울 푸드, 'Taco'


여행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음식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음식은 문화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하나의 양식(Style)이다. 그 사람들이 무얼 먹어왔는지는 그들의 뼈와 살은 물론, 집단 무의식과 영혼에도 깊이 인박여 있다. 그러니, 그 나라 음식을 맛보는 건 단순한 영양분을 섭취하는 그 이상의 것을 대변한다.


멕시코에선 무얼 먹어봐야 할까?

아니, 질문이 잘못되었다. 무엇을 먹을 수밖에 없을까. 반드시 먹어봐야 할 음식은 대개 그 나라의 '소울 푸드'다. 한국에 왔다면 하얀 쌀밥과 김치를 먹어봐야 하듯이 말이다.


참 재밌는 건, 전 세계의 음식 문화다.

예외성을 잠시 거두어본다면, 결국 전 세계의 음식 문화는 '탄수화물', '고기', '해산물', '채소'와 '유제품'을 어떻게 먹느냐로 귀결된다. 그 변주가 다양한 문화를 탄생시키지만, 그것을 필수로 먹어야 하는 인간의 공통된 생존 특성은 변주의 모음을 하나의 선율로 잇는다.


멕시코는 타코 안에 모든 음식 문화가 있다.

타코를 성립시키는 건 '또르띠야(Tortilla)'다. 이것 없인 타코의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반대로, 이것만 있으면 무엇을 함께 먹어도 타코가 된다. 타코는 '탄수화물'의 상징이다. 우리네 '밥'과 같다. 또르띠야의 어원은 'Torta(둥글 납작한 빵)'이다. 고대로부터 멕시코인들이 먹어 온 주식이며 옥수수가루가 그 주 성분이다. 이후엔 밀 또르띠야도 함께 먹기 시작했다.


타코의 기원과
길거리 타코


사실 전통 타코의 기원은 '생선 타코'의 범주에 있었다.

그러나 레바논 및 주변국 이민자들이 멕시코로 이민 오면서 다양한 형태의 타코가 탄생했다. 타코가 중동의 샤와르마와 비슷하다고 느낀 건 그저 착각이 아니었다. '세로 회전구이'라 일컫는 고기 요리를 중동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이와 비슷하게 멕시코에선 '타코스 알 파스토르(Tacos al Pastor)'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둘 다 탄수화물 재료로 만든 얇은 빵을 랩 하여 먹는 방식이다. 이 두 요리의 유사성은 중동과 멕시코의 경계를 허문다.


타코는 멕시코 전역에, 정말 어디에든 있다.

길거리든 상점이든 식당이든.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당연한 이야기다. 주식이면서 소울푸드이니 어디에도 없으면 안 되는 것이다.


나는 길거리 타코 맛보는 걸 좋아한다.

그곳엔 다양한 맛과 재료가 있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맛보는 고급 타코도 좋지만, 하나에 이 천 원 안팎의 길거리 타코엔 정감이 가득하다. 타코는 깔끔하고 정갈하게 나오는 것보단, 투박하고도 듬직하게 나오는 게 더 맛있다. 주인장의 손맛이 최종 맛을 좌우하는 게 아닐까란 생각까지 든다. 팬데믹으로 인해 맨 손으로 하는 조리법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질병이 사람의 먹고사는 방식을 무작정 저해할 순 없다. 타코를 먹지 않고 살아갈 순 없으니.


길거리의 다양한 타코들


멕시코 시티
인생 타코 집을 소개합니다.


나는 먹어보지 않은 타코가 없다.

북부, 중부 그리고 남부의 모든 지역 타코는 물론. 소 혀부터 개미 알로 채워진 타코까지. 고기나 해산물, 채소 그리고 형형색색 가능한 타코를 모두 먹어봤다. 물론, 내가 먹어보지 못한 타코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 길거리와 지역 그리고 재료를 가리지 않고 먹어봤으니, 요는 인생 타코를 말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주재할 때도.

나는 인생 팬케이크 집을 찾은 바가 있다. 150년 전통의 팬케이크 집. 미국 팬케이크의 모태가 되는 그 식당은 정말 나만 알고 싶은 곳이었다. 그럼에도 공개를 한 건, 숨기고 싶지만 알리고 싶은 아이러니 가득한 그 맛과 문화 때문이었다.


이번 타코 집도 그와 다르지 않다.

나만 알고 싶지만, 누구라도 꼭 먹어봐야 하는 그 맛. 어느 누구 한 명이라도 그 맛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나는 이 식당을 소개하려는 것이다.


악당 타코?


식당의 이름은 'El Villano'다.

'악당들'이란 뜻이다.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다. 홍대 조폭 떡볶이가 생각났다. 관심부터 끌어 모으는 이름은 맛집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름값을 해야 한다. 맛이 그것을 좌우한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무엇을 마실 지부터 물어본다.

일반식당이라면 탄산음료를 시키겠지만, 이곳에서 'Agua del dia(오늘의 물)'을 맛봐야 한다. 일종의 과일 칵테일이다. 그날그날 맛을 내는 과일이 다르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입에 달라붙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곁들여진 민트 잎은 그 음료가 너무 달아 입에 물리는 것을 방지해준다.


함께 나오는 고춧가루 묻은 오이는 멕시코의 맛을 물씬 풍긴다.

고춧가루는 과자에도, 과일에도. 심지어는 맥주에도 함께 곁들여진다.


멕시코 다운 맛과 멋이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각자의 타코를 먹기 전에. 함께 먹을 음식을 주문해본다면.


'Queso Chicharron'과 'Queso Fundido'를 시켜야 한다.

'께소 치차론'은 돼지껍질 닮은 치즈라고 생각하면 좋다. 치즈를 얇게 구워내어 정말 돼지껍질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손으로 찢어 맛보면 된다. 입안에 들어오자마자 겉바속촉의 풍미를 자아낸다.

'께소 푼디도'는 녹인 치즈다. 위에는 소시지나 고기가 토핑 되는데, 밀 또르띠야에 싸서 먹으면 입 안에 꽉 차는 그 느낌이 맛은 물론 그 이상의 놀라움을 선사한다.


왼쪽은 께소 치차론, 오른쪽은 께소 푼디도


다음은 타코다.

올게 왔다. 아래에 꼭 맛봐야 하는 메뉴를 나열한다. 한국인의 입맛에도 일품이다. 인생 타코 집이라 말하는 이유다.


Taco Barriga: 삼겹살 타코

Taco Tripa: 곱창 타코

Taco arrachera: 제비추리 타코

Taco Costillar: 갈비 타코

Taco Camaron: 새우 타코


삼겹살 타코는 한국인의 입맛을 단숨에 장악한다.

삼겹살을 어찌 이리 잘 구울 수 있을까. 큐브 형태의 삼겹살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겉바속촉의 정석이다.


곱창 타코를 시킬 땐 'Dorada mucho'라고 말하는 게 좋다.

'Dorada'는 황금빛을 이야기하는데, 한 마디로 바짝 익혀달란 이야기다. 그래야 잡내가 없고, 한국 사람이 먹기에 바삭한 식감이 된다.


제비추리 타코는 부드러움의 정석이다.


갈비 타코는 특이하게 두 장의 또르띠야와 함께 나온다.

양이 많다. 타코를 먹은 후 뼈에 붙어 있는 갈빗대를 뜯는 건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새우 타코.

이 또한 일품이다. 뽀득한 새우의 살과 짭짤한 맛이 또르띠야와 어우러져 새삼 즐거운 맛이 된다.


더불어, 이 모든 건.

살사 천국 멕시코의 다양한 살사를 넣어 맛봐야 한다.


곱창, 삼겹살, 아라체라 타코
갈비 타코. 또르띠야 두 장과 갈비대가 나온다.
타코는 다양한 살사와 함께.


정신없이 먹다 보면 타코 세 개는 게눈 감추듯 사라진다.

하나를 더 먹을까 고민한다. 배는 부르지만 멈출 수 없는 맛이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하나 더!'를 외치는 날이 적지 않다. 그만큼 맛있다는 이야기다.


멕시코 시티에 왔다면 꼭 봐야 하는 맛이다.

근접성이 좋진 않다. 멕시코 시티에서는 좀 벗어난 곳에 있다. 시내 중심에서 30분 이상을 가야 한다. 낮엔 괜찮지만, 혹시라도 저녁이라면 치안이 좋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이 식당은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다. 문을 닫는 시간이 그리 이른 건, 아마도 '치안'과 '맛에 대한 자부심(대개 유명한 식당은 배짱 장사를 하니까!)'이 아닐까 싶다.




후식으로 이어지는 깊은 쓴맛의 커피는 일품이다.

이 쓴 맛을 달래려면 달달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Koyota(코요타)'가 제격이다. 우리네 호떡과 같은 달달한 빵 위에 아이스크림이 얹혀 나온다. 한두 번 먹다 보면, 달달함을 커피로 달래야 할 순간이 온다.



이 식당의 매력은 타코 말고도 또 있다.

칠레 노가다와 같은 멕시코 전통 음식에도 진심이다. 한번 방문해보면 왜 이리도 내가 부산 떠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타코는 멕시코인들에게 있어 말 그대로 '소울 푸드'다.

그러니까 타코를 맛본다는 건, 그들의 뿌리 깊은 영혼을 조금은 엿볼 수 있다는 말이다.


길거리에 서서 손으로 타코를 먹는 그네들의 모습은, 내가 여기 멕시코에 있다는 걸 실감 나게 한다.


우리는 밥을 먹을 때, 고개를 숙인다.

밥의 위치에 맞추어 식사한다.


멕시코인들도 마찬가지다.

타코를 들어 얼굴 각도를 맞춘다. 타코를 입에 가져다 대는 게 아니라, 입을 타코에 가져다 대는 것이다.


이것은 두 나라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을 표현한다.


밥에 대한 진심.

타코에 대한 진심.


그러니 음식에 영혼이 깃들 수밖에.

그러니 영혼에 음식이 인 박일 수밖에.


타코를 먹으며.

그렇게 난 멕시코의 영혼에 한 뼘 더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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