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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31. 2022

나이키 코르테즈와 멕시코의 상관관계 (ft.아식스)

멕시코 - 아즈텍 - 코르테즈

포레스트 신발,
나이키 코르테즈


영화 <포레스트 검프> 속 포레스트는 나이키 코르테즈를 신고 3년 2개월 하고 14일 16시간을 달렸다.

심지어는 영화 오프닝과 엔딩에도 그의 발은 코르테즈 안에 있었다.


그가 하염없이 뛴 것도.

그가 하릴없이 선 것도.


모두 제니 때문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제니가 준 사랑과 제니가 선물한 코르테즈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게 더 맞겠다.


사랑하는 제니가 준 코르테즈를 신고 뛰는 포레스트 검프


코르테즈의 기원과
멕시코라 불리는 신발


45년 동안이나 사랑받고 있는 코르테즈의 첫 이름은 'TG 24'였다.

그런데 그다음 버전의 이름은 'TG 멕시코 66'으로 바뀐다. 세계적 브랜드가 되기 위해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 맞추어 마케팅하기 위함이었다.


눈치챘는지 모르겠다.

주어가 없다. 최초의 코르테즈는 나이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코르테즈는 현 아식스의 전신인 오니츠카 타이거의 제품이었다.

1960년 올림픽 마라톤에서 아식스 신발을 신은 선수가 금메달을 땄고, 오니츠카 타이거의 위상이 올라가자 이 가능성을 높이 산 어느 한 미국인이 미국 독점 판매권을 얻었다. 이 미국인은 다름 아닌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였다. 그는 동업자 빌 바우어만 코치와 함께 '블루리본 스포츠'라는 회사를 차려 오니츠카 타이거 운동화 200켤레로 사업을 시작했다.


빌 바우어만은 단순한 수입과 판매만이 아닌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도 오니츠카 타이거와 나누게 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앞서 말한 코르테즈의 기원 'TG 24'였던 것이다.



멕시코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 이름의 변천
멕시코 → 아즈텍 → 코르테즈


이쯤 되면 나이키 코르테즈와 멕시코의 상관관계가 어느 정도는 보인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더 심오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멕시코 라인에 새로운 제품이 추가되면서, 코르테즈는 또 다른 이름의 별도 라인으로 출시되기로 했는데, 그 이름이 바로 멕시코 문명인 '아즈텍'이었다.

그러나 아디다스는 이미 멕시코 올림픽을 기념해 아즈텍 문명에서 이름을 딴 '아즈테카 골드' 상표를 등록하고 난 이후였다. 아디다스의 격렬한 반대와 법적 제재의 압박에 못 이겨 블루리본 스포츠는 다시금 신발의 이름을 고민해야 했다.


여기에서 필 나이트의 천재적 마케팅 역량이 발동된다.

멕시코를 상징하면서도,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이름.


아즈텍 문명을 정복한 스페인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즈'


하여, 코르테즈는 지금의 코르테즈란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오니츠카 타이거와의 결별
그리고 나이키의 탄생


1971년 블루리본 스포츠는 더 이상 오니츠카 타이거를 유통하지 않기로 한다.

자사의 신발 생산 라인을 구축하며 '나이키'로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이때 나이키의 그 유명한 스우시(Swoosh) 로고도 함께 탄생한다. 포틀랜드 주립대 그래픽 디자이너 전공 대학원생이었던 캐롤린 데이비슨은 필 나이트의 제의를 받고 단돈 35달러에 지금의 나이키 로고를 탄생시켰다. 참고로, 스우시 로고를 본 필 나이트의 첫 반응은 '별로인데 볼수록 좋아질 것 같다. (I don't love it, but I think it will grow on me.)'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리하여 우리가 아는 지금의 코르테즈는 1972년 '나이키'로고를 달고 출시되었다.

물론, 오니츠카 타이거가 가만있을 리 없었다. 긴 소송이 이어졌고, 법원은 1974년 나이키의 손을 들어준다. 코르테즈 초창기부터 빌 바우어만 코치가 참여한 디자인이었다는 게 주효했다. 이에, 1974년까지는 두 회사 모두 '코르테즈'라는 이름으로 신발을 계속 판매하다가 나이키 승소 후 오니츠카 타이거는 일부 디자인을 바꾸고 신발의 이름을 '코르세어'로 판매하게 되었다.





왜 신발 이름이 코르테즈였을까란 의문은 멕시코에 부임했을 때부터였다.

그전까지는 관심이 없었다. 그게 사람 이름인지도 몰랐다. 멕시코가 스페인어를 말하는 것도 몰랐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모든 이의 사랑을 받는 나이키 코르테즈의 탄생과 역사 이면에 멕시코가 있었다는 사실은 적잖은 충격과 흥미를 함께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코르테즈'라는 이름이 멕시코 사람들에겐 마냥 좋을 리 만은 없다는 생각도 해본다.

멕시코 고유 문명인 아즈텍이 코르테즈에 의해 멸망했기 때문이다. 멕시코가 스페인어를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코르테즈를 우리의 반일 감정만큼 싫어하는 멕시코 사람은 만나보지 못했다. 대부분의 멕시코 인들은 스페인의 정복을 크게 개의치 않는 것으로 나는 체감한다. 언어와 문화의 힘일지도 모르겠다. 끝내 일본어를 쓰지 않는 우리와, 스페인어와 그 문화를 깊숙이 받아들인 두 나라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을 듯하다. (만약 우리나라 올림픽을 겨냥해 만든 운동화 이름이 '히로부미'였다면? 뭐, 정서적으로 다른 예 일수도 있겠지만...)


당연하게 여기던 것을 다시 알게 되고, 깊이 생각해보면 흥미롭다.

나이키 코르제즈 이름의 기원과 역사가 멕시코와 연관되어 있었다는 건, 내 호기심을 해소하고 지식을 쌓는데 부족함이 없다.


늘 의문을 품고 세상을 새롭게 바라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지금 여기, 내가 있는 멕시코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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