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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06. 2023

은과 야경의 도시 멕시코 탁스코 (Taxco)

멕시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어디로 가볼까.
골라 가는 재미.


멕시코라는 곳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큰 땅덩이가 시사하는 바는, 각각의 도시가 저마다의 매력을 품고 있다는 것. 굳이 저 멀리 국경을 넘나들지 않아도 색다른 매력을 맛볼 수 있다. 서른한 가지 아이스크림을 골라 먹듯, 멕시코의 각 도시는 골라 가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이번 우리 가족 여행으로 낙점된 곳은 바로 '탁스코(Taxco)'였다.

탁스코는 멕시코 게레로주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면적은 347 제곱 킬로미터이고 해발 고도는 1,778m다. 참고로 멕시코 시티 고도는 2,240m이고, 우리나라 한라산의 높이는 1,947m다. 고도가 높아 기후가 온화하다. 12월의 여행지였지만 한낮의 기온은 25도를 웃돌기도 했다. 다만,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많이 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탁스코는 '은의 도시'로 불릴 정도로 세공기술이 뛰어나 여전히 많은 공방들이 성업 중이다.

스페인 식민 통치 시대이전부터 은을 채굴했었다. 이후 1529년 스페인 정복자들이 더 큰 은 광맥을 발견하여 스페인으로 은 수출을 하기 시작했다.


멕시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멕시코엔 저마다의 별명이 있다.

예를 들어 멕시코 시티는 '궁궐의 도시'로 푸에블라는 '천사의 도시'로 불린다. 그렇다면 탁스코는? '멕시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 불린다. '가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기에 도시 스스로 부담을 가지지 않을까 했지만, 그 생각은 기우였다.


탁스코의 첫인상은 '아름답다'란 말에 부응했기 때문이다.

호텔에 도착하여 테라스로 나갔을 때, 우리는 탁스코의 중심지를 올려다볼 수 있었다. Santa Prisca 성당이 있는 저곳이 소깔로(광장 중심지)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을 풀고 당장 가봐야 할 곳은 바로 그곳이었다.


호텔 옥상에서 바라 본 도시의 모습. 그리고 탁스코 대성당 (Santa Prisca)


아즈텍 제국을 점령한 스페인 군대는 군용 대포를 생산하기 위해 구리와 주석 광산을 탐사했다.

탐사의 와중에 탁스코 은이 발견된 것이고, 매장량이 바닥을 드러낼 즈음. 프랑스에서 이주해 온 '호세 데 라 보르다(1700~1778)'가 1743년에 거대한 또 하나의 은광을 발견하면서 탁스코는 다시 한번 더 광산도시로 번영을 누리게 된다.


거부가 된 호세 데 라보르다는 보답의 차원으로 큰 성당을 짓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산타 프리스카 교회'다.


이후 탁스코는 또 한 번 외국인의 수혜를 얻게 된다.

은 세공은 300년 이상 지역 산업으로 이어져 내려왔으나 영세성을 면치 못했다. 그런데 1920년대 미국에서 이주해 온 미국인 윌리엄 스프래틀링이 공방을 만들고 생산된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면서 은 가공과 세공 산업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은의 도시'라 불리는 명성답게, 도심에는 수많은 은공방과 가공품 판매상점들이 들어섰다.

그 상점들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탁스코의 진짜 매력은
골목골목으로부터


첫인상이 좋았다.

그러나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는 수식어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 건 탁스코의 골목골목을 누빌 때였다. 산등성이에 지어진 오밀조밀한 집들이 만들어내는 골목은 좁지만 그로하여 활기와 분주함이 마음을 들썩이게 한다.


오밀조밀한 어느 골목은 마치 미로와도 같다.

시장으로 이어지는 골목에선 길을 잃었다. 그러나 친절한 사람들의 안내로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고, 잠시나마 미지의 세계를 경험한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골목은 오밀조밀하고 생동감 넘친다.


골목골목은 '보초 택시'로!


골목을 수놓는 또 하나의 매력.

그것은 바로 '보초(Vocho) 택시'다. 1967년 생산된 폭스바겐 비틀 1세대 자동차 'Type 1'이다. 진짜다. 그 자동차 택시들이 골목 여기저기를 누빈다. 작은 차체, 우렁찬 엔진. 삐그덕 거리는 보초 택시는 탁스코의 명물이다.



또 하나 재밌는 건.

어라. 앞자리에 의자가 없다. 우리 가족은 네 명. 그렇다면?


그냥 바닥에 앉아야 한다.

한 택시 기사님은 센스(?) 있게 간이 의자를 트렁크에 넣고 다녔다. 사실, 그 의자에 앉아 골목을 누비는 게 더 힘들었다. 넘어지지 않으려 기울지 않으려 온몸에 힘을 주고 있어야 했기 때문인데, 나중에 가위바위보에서 져 그냥 바닥에 앉은 첫째가 더 편해 보이기까지 했다.


간이 의자보다는 그냥 바닥에 앉는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편하다.
보초로 이동 중. 언덕길이든 구불구불한 길이든. 듬직하고 귀엽게 질주한다.


보초 택시로 아름다운 탁스코의 골목골목 길을 누비는 건, 꼭 경험해봐야 할 코스다.

물론, 탁스코의 이곳저곳을 다니려면 보초 택시를 탈 수밖에 없다. 개인 차로는 다니기가 어렵고 주차장을 찾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50페소 ~ 100페소 사이로 원하는 어디든 갈 수 있다. (1페소는 약 68원으로 우리 돈 약 3,400원 정도다.)


이젠,
탁스코를 내려다보자!


탁스코를 내려다보는 방법은 두 가지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곳(Monte Taxco)과 예수상 (Cristo de Taxco)이 있는 곳이다.


먼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곳으로 향했다.

탁스코 입구 쪽에 위치한 케이블카를 타면 저 높은 곳으로 향하게 된다. 이미 높은 곳에서 더 높은 곳으로 가는 것이다.



정상에 오르면 'Montetaxco Hotel'이 있다.

이곳에서 경치를 보며 목을 축이고 배를 채우면 된다. 산등성이를 점령한 탁스코 집들이 그곳을 누비다 왔는데도 생경하다. 하늘과 구름 그리고 산등성이는 그렇게 도시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수박 주스(Agua de sandia).

고기 나초. 칠라낄레. 아라체라. 햄버거 등. 각자가 원하는 메뉴로 허기진 속을 달랬다.


케이블카로 내려와 다시 택시를 타고 이번엔 예수상으로 발길을 돌린다.

Montetaxco보다는 낮은 곳에 있어, 좀 더 가깝게 탁스코를 내려다볼 수 있다.


보초 택시를 타고 골목골목을 올라가는 재미가 있다.

도착한 곳의 예수상은 생각보다 크다. 탁스코를 바라보는 팔 벌린 예수는 그렇게 탁스코를 굽어살피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정망대에 예수상에서 떨어져 나온 손이 두 개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오른손. 또 하나는 왼 손. 각각 지진과 번개로 인해 파손되었던 것이다. 보존과 방치(?)를 동시에 보여주는 모습이 참으로 새로웠다.


또 하나, 난간엔 등받이가 하나 있었는데 관광객들은 이곳에 기대어 사진을 찍었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연출을 위함인데, 나는 고소 공포증이 있으므로 패스. 아이들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100페소를 부르니 첫째가 아무렇지 않은 듯 등받이게 기대고 앉아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느낀 건, 찍는 내가 더 무서웠다는 것. 생각보다 많지 않은 사람들이 그 의자에 기대는 걸 보니, 고소 공포증은 나만 있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어 피식 웃었다.



탁스코는
야경의 도시로 변신 중


어둠이 내리면, 상등성이 집들은 별이 된다.

세련되진 않지만 정겨운 불빛들이 켜지고. 광장 근처는 야시장이 된다. '별밤'이라는 식당의 루프탑에서 식사를 하며 내려다본 광장엔 '아름다운 밤(Noche Buena)'이란 이름의 꽃이 만개해 있었다.



어느 골목은 밴드의 흥겨운 노래와 음악으로 채워져 있었고.

그 사이 흥을 주체하지 못한 사람들은 가족단위로 춤을 추고 있었다.


정겨운 밤이었다.

흥겨운 밤이었다.



식사를 하고도 허기진 배는 옥수수의 차지였다.

옥수수에 마요네즈와 치즈를 뿌려 뜯어먹는 '엘로떼'와 시큼한 국물에 담가 먹는 옥수수 '에스끼떼'.


'은'과 '야경'의 도시는 그렇게 '멕시코의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반짝이는 은의 빛깔도. 아름다웠던 야경도. 고요한 아침의 정적에 휩싸여 모든 게 꿈같이 사라졌다.


그러나 이 도시는, 내가 떠난 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그와 같은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돌아서는 발걸음은 언제나 무겁다. 다음을 기약하는 마음은 아스라하다.


탁스코는 꼭 가봐야 할 도시다.

고도가 높아 하늘과 맞닿아있고, 햇살은 모든 것을 반짝이게 한다. 탁스코라는 도시 자체가 은빛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둠이 내리면 하루의 끝이 아니라, 마치 다시 시작하는 하루와 같이 또 다른 빛으로 빛난다. 이미 높은 곳에서 더 높은 곳으로 가 내려다보는 맛. 오밀조밀한 골목을 누비는 보초 택시의 세월을 머금은 그렁대는 엔진소리와 함께라면.


탁스코의 여행은 그렇게 완성된다.

도시의 아름다움은 떠날 때 비로소 규정되는 것이기에.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는 수식어에 고개를 끄덕이며 탁스코에게 인사를 남겼다.

'아디오스'보단 '아스타 루에고'란 인사를.


호텔에서 바라 본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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