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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11. 2022

직장인, '메멘토 모리'하라

죽음을 기억하라!


Memento = Remember

Mori = to Die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에게 허락되는 로마 공화정 시절의 개선식.

얼굴을 붉게 칠하고 네 마리의 백마가 이끄는 전차를 타며 시내를 가로지르는 퍼레이드엔 승전한 장군과 노예가 함께다. 그 노예는 연신 '메멘토 모리'를 외친다.


"죽음을 기억하라!"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개선장군에게 수여되는 관에는 아래 경고문들이 적혀 있다.

Memento mori
그대는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Memento te hominem esse
그대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Respice post te, hominem te esse memento
뒤를 돌아보라, 지금은 여기 있지만 그대 역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자칫, 승전에 취해 신보다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그 시대 종교의 특유성을 엿볼 수 있으며, 인간 본연의 오만함을 애초에 다스리려는 진득한 성찰이 담겨 있다.


직장인이 기억해야 할 것


그리하여 직장인은 '메멘토 모리'해야 한다.

'죽음'은 인간 본연의 것이니 당연한 것이고, 직장인의 언어로 바꾸면 그것은 '권력의 사라짐'과 '퇴사'를 의미한다. 즉, 직장생활은 유한하다는 것이며,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마냥 취해있지 말란 뜻이다.


직장생활은 내가 가만히 있어도 올라가게 되어 있다.

직급이 올라가고, 직책이 주어진다. 그것들을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으며, 피했다 하더라도 아래로는 후배들이 들어오니 어쩔 수가 없다. 물론, 기를 쓰고 올라가려는 마음도 있다. 이왕 직장생활을 시작했다면 임원이라는 별을 달아야 하니까.


그런 와중에 우리는 오만가지 일을 겪는다.

그중엔, '희(喜)'가 있고 '비(悲)'가 있다. 좋은 일은 겹쳐서 오는데, 나는 가만히 있어도 주위에서 나를 띄워주며 무엇을 해도 잘 나간다는 소리를 듣는다. 중요한 일이 주어지고, 리더라는 자리가 주어지고. 승전을 한 장군처럼 권력을 가진 착각에 빠진다.


상승되는 무언가에 취하여 권력으로 사람들을 움직이려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이 순간이다. 취해선 안된다. '메멘토 모리'해야 한다. 내 권력의 죽음. 권력은 영원하지 않고, 좀 더 들여다보면 그것은 '권력'이 아니며 '책임'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다.


반대로, '비'가 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대로인데 참혹하게 망가질 때가 있다. 일이 잘 안 풀리고, 누군가는 나보다 더 잘 나가며 의욕이 땅에 곤두박질칠 때. 마찬가지다. 슬럼프에 취하면 안 된다. '메멘토 모리'. 슬럼프도 영원하지 않다.


직장인은 인간이며,
우리는 언젠가 퇴사한다.


'메멘토 모리'의 근간은 너희가 부족한 인간임을 깨달으라는 것이다.

직장엔 수많은 직급과 직책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높낮이로 가늠하지만, 결국 우리는 인간인 것이다. 다른 말로, 같은 월급쟁이. 그러니 너무 거만할 필요도 없고, 너무 애통해할 필요 없다.


오히려, '메멘토 모리'하면 '지금'의 소중함을 깨우칠 수 있다.

직장인은 언젠가 퇴사하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지금의 지겨운 일상도, 언젠가 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때가 온다는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데, 마치 퇴사하는 그 날이 오지 않을 것처럼 우리는 '희비'에 얽매여 있다.


무언가 무한하다는 것이 아니라, 유한하다는 것을 알 때 우리는 좀 더 깨우치게 된다.

그래서, '메멘토 모리'가 주는 경고문은 새롭게 다가온다.

그대는 언젠가 퇴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그대는 (직급, 직책을 막론하고) 월급쟁이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뒤를 돌아보라, 지금은 여기 있지만 그대 역시 서투른 직장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내 눈 앞에 놓인 것이 영원할 것이란 착각에 취하면, 주위 사람을 잃게 된다는 것도 함께 기억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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