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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16. 2022

아이폰으로 바꿨는데 세상은 그대로네

생각을 바꾼 건 사과가 아니라 아인슈타인

회사에서 폰을 바꿔 준단다.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안드로이드가 아닌 아이폰으로 바꿔 준다는 말에 나는 잠시 멈칫했다.


나는 사과 로고에 집착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무서운 건. 정신 차려보니 아이팟이나 아이패드는 어느새 내 구매 영수증에 이름을 올렸던 터였다. 그러나 그것이 휴대폰까지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아이팟과 아이패드는 내게 방치물이 되어 먼지가 쌓여가고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좋다 나쁘다를 가늠하지 않는다. 그저 나에겐 맞지 않는 무엇이었던 것일 뿐이다.


그런데, 휴대폰을 아이폰으로 바꿔 준다니.

여러 가지 불편할 것들이 떠올랐다. 운영체제가 다른 데에서 오는 불편함. 새로운 기능을 익혀야 한다는 불안감. 급할 때 제대로 기능을 쓰지 못해 업무상 방해가 되지는 않을지에 대한 두려움.


일분일초가 바쁜 일상에, 휴대폰을 건네주고 2~3시간 동안 세팅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그 사이에, 중요한 연락이라도 오면 어쩔까 하고 말이다.


결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기능상 낯선 몇 가지의 불편함은 몇 시간 내로 해결되었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들이 분명 있었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또 하나. 기존 휴대폰과의 차이점에서 오는 낯선 느낌 또한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다른 기능을 알아가는데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기존에 있거나 되었던 기능이 없거나 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불편은, 이전의 휴대폰과 운영체제를 향수하게 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향수는 그 수명이 길지 않다. 금세 잊히는데 그것은 큰 어려움이 없다.


아이폰으로 바꾸면 세상이 변할 줄 알았다.

불편한 쪽으로든, 그러하지 않은 쪽으로든. 그러나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나는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는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휴대폰이 아니라 그걸 사용하는 나 자신이란 걸. 낯선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세상이 변할 거라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지금의 내 삶이 능동적이지 않은 것에 익숙해져 있는 지를.


언제나 세상은 그대로일 것이다.

다만 변하는 건 내 관점과 내 생각일 뿐.


아, 그러고 보니 휴대폰을 바꾸며 생각이 바뀌었네.

생각이 바뀌었으니 세상이 변했을 테고.

나는 다시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고.


아인슈타인의 사과도 그랬을 것이다.

생각을 바꾼 건, 사과가 아니라 아인슈타인 그 자신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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