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없이 내가 조잘대는 이유
말에는 힘이 있다.
아니, 보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그 힘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아내에게 조잘대길 좋아한다.
그리 큰 주제가 아니므로 나는 그 말을 '조잘댄다'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나 추워서 옷 하나 더 입었어', '혹시 몰라 이걸 이렇게 해봤어', '살이 너무 찌는 것 같아 저녁을 조금 먹었어'와 같은 것들이다.
그 말 이후에 따라오는 아내의 말은.
'잘했어'란 한 마디.
어쩌면 나는 그 말 한마디를 하나라도 더 들으려 그리 조잘대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분명 그렇다.
그 말은 내 마음에 와닿아, 크나큰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마치, 어린이가 칭찬을 받기 위해 이래저래 조잘대는 것처럼.
나도 그와 다르지 않다.
나이가 들어감이 무얼까.
늙어간다 하여 칭찬 한 마디에 무뎌지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내에게 조잘댄다.
중년의 한 사내가, '잘했어'란 한 마디를 들을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직장에선 잘해야 본전이고, 잘 해낸 것보다 그러하지 않거나 허점을 보인 것들을 빌미로 뜯어 물리기 일쑤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잘했어'란 한 마디는 어깨가 무거운 중년의 팔을 들어 올리는 힘을 지녔다.
그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말과 마음이 만나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믿는다.
'잘했어'란 말은 무심코 던져도 좋다.
그것은 어느 마음에 안착하여 크나큰 힘을 만들어 낼 것이다.
잘했어.
잘했네.
오늘 누군가에게 이 한마디 살짝 건네어보면 어떨까 싶다.
그리하면 나는 이것을 아내에게 조잘댈 것이고, 아내로부터 잘했다는 소리를 또 들을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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